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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매직넘버’ 54…트럼프 4년 전 대역전 ‘데자뷔’ 기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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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9호 04면

미 대선 D-3 카운트다운

29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시민들이 사전 현장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시민들이 사전 현장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대선 정국은 4년 전과 매우 유사하다. 투표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맹추격을 벌이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자신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선거인단이 29명에 달해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플로리다에선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 여름 이후 줄곧 앞섰던 바이든 후보가 지난 27일 0.4%포인트 차로 트럼프에 역전당했다. 다음날 다시 뒤집혔지만 여전히 혼전 양상이어서 승부 예측이 힘들다.

6개 경합주 막바지 판세 안갯속 #지지율 격차 4년 전보다 벌어져 #부동층 줄고 민주당 지지층 결집 #트럼프 ‘선벨트’ 잡아도 쉽지 않아 #트럼프 “여론조사는 가짜 뉴스” #일각선 “트럼프의 선전 돋보일 것”

애리조나와 노스캐롤라이나도 마찬가지다. 30일 현재 애리조나에선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47.0%로 똑같았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선 바이든 후보가 가까스로 0.6%포인트 앞섰다. 선벨트로 불리는 이들 3개 주의 선거인단은 모두 55명이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가 박빙인 선벨트를 모두 트럼프에 넘겨주더라도 러스트벨트인 북부 3개 주에서 승리할 경우 선거인단 46명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여전히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선거인단 수는 54명이다. 주요 6개 경합주 외에 아직 지지 후보가 결정되지 않는 경쟁 지역도 6곳(선거인단 96명) 남아 있다. 이중 바이든 지지가 거의 확정된 미네소타와 네바다는 16명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주요 6개 경합주와 경쟁 지역들을 종합해 보면 바이든 후보가 4%포인트 이상의 지지율 격차로 앞서고 있는 지역의 선거인단 총수는 62명에 달한다. 대선 승리를 위한 매직넘버 54명을 웃도는 수치다. 이 때문에 현지 여론조사 기관들은 “바이든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승리를 예견하는 전문가들 주장은 크게 ▶4년 전보다 훨씬 큰 지지율 격차 ▶대폭 줄어든 부동층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 결집 ▶코로나19로 인한 공화당 지지층 분열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4년 전에 비해 전국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에서 7.4%포인트로, 주요 6개 경합주 지지율은 1.6%포인트에서 3.2%포인트 차로 커졌다. 지지율 격차를 좁혀 역전하려면 막판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둘째, 부동층이 줄어든 것도 트럼프에겐 악재다. NBC 방송 등은 “4년 전에는 플로리다 등의 유권자 중 13%가 투표 바로 전주에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했고, 이때 상당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현상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셋째, 4년 전과 달리 민주당 지지자들 표가 눈에 띄게 결집하고 있다. 4년 전 민주당 내에선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 지지자로 분열됐다. 클린턴이 대선후보로 선출됐지만 샌더스 지지자들은 이를 흔쾌히 수용하지 않았다. 상당수의 샌더스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했고 결국 트럼프가 대권을 잡았다. 민주당 분열 이유 중 하나는 클린턴에 대한 비호감 때문이었다. 여성이면서 좌파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어 백인 남성 노동자들에게 외면당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비호감도가 낮아 러스트벨트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넷째, 코로나19가 공화당 지지층을 분열시켰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에 민감한 노인층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트럼프 지지가 대세였던 65세 이상 유권자 중 상당수가 바이든 후보로 옮겨갔다.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전통적으로 중도와 중산층 지향적인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트럼프 등장 이후 변화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중산층을 위한 정치인이라고 포장하고 클린턴을 부패한 기성 정치인으로 몰아붙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이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도와 중산층을 중시하는 이미지가 강한 바이든에게 표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바이든 후보에 대한 비난 공세를 부쩍 강화했다. 그는 애리조나 유세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가 뒤지고 있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라며 “이번 선거는 아메리칸 드림 대 사회주의자 악몽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승리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갤럽 고문인 크리스토스 마크리디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정치전문매체 ‘더 힐’에 ‘여론조사를 믿지 마라.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특정 시점에 특정 뉴스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는데, 바이든 후보 아들이 연루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바로 그런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승리의 관건이 되는 경합주에서 트럼프 선전이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막판 유세에 모든 걸 쏟아붓고 있다. 바이든을 맹렬히 추격하는 것도 지지율 추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사흘. 그가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8년 만에 첫 연임 실패 대통령이 될지 여부도 조만간 가려질 전망이다.

“상원 최대 55석 확보할 수도”…민주당 ‘트리플 크라운’ 이룰까

상원 총 100명 중 35석 새로 뽑아
현재보다 3석 더 가져오면 다수당 

다음달 3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선거 때는 대통령 외에 상하원 의원들도 새로 선출한다. 그런 만큼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민주당의 백악관 탈환 못지않게 의회 장악 여부에도 쏠려 있다. 상하원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에 따라 국정 장악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임기 초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것도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맡고 있다. 현지 상황을 종합해볼 때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민주당이 대통령은 물론 상하원을 모두 싹쓸이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까지 장악하게 된다.

상원의원은 총 100명으로 50개 주에 각 2명씩 있다. 임기는 6년으로 2년마다 전체 의원의 3분의 1가량을 새로 뽑는다. 이번 물갈이 대상은 35석이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다(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 포함). 부통령이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만큼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현재보다 3석만 더 가져오면 상원 다수당이 된다.

현지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민주당이 상원 선거에서도 약간 우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치 전문 매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민주당이 상원에서 48~55석을 확보할 확률이 80%”라고 전망했다. 60석 이상 확보할 경우 야당 의사진행발언인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고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되지만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60석 이상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AP통신 등은 “현재 양당이 10석가량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을 벌이고 있다”며 “공화당이 선전할 경우 상원 과반을 지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2018년 사망한 존 매케인 전 의원 지역구인 애리조나주와 1992년 이후 한 번도 민주당이 승리한 적이 없는 조지아주 등을 주목할 만한 선거구로 꼽았다. 베트남 전쟁 포로 출신인 매케인은 대선후보로도 나섰던 명망 있는 정치인이었고, 조지아는 최근 젊은층이 많이 이주해 표심이 달라졌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하원에선 민주당이 무난히 과반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232석보다 더욱 늘어 240석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원의원은 2년 임기로 이번에 435명 전원을 새로 뽑는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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