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최근 가수 유승준(44ㆍ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무기한 입국 금지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바뀐 상황과 기존 인권위의 결정 등을 고려해서 (인권 침해 여부를) 검토하고자 한다”고 30일 밝혔다. 이날 최 위원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유승준에 대한 인권위의 공식 입장이 다시 나오는 것이냐”고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묻자 “말 드리기 어렵지만, 인권위에서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기는 한 것 같다”고 답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유승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혔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이다. 강 장관은 지난 26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유승준 문제를) 검토한 뒤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승준은 다음날 “강 장관님, 저는 정치범도 테러리스트도 범죄자도 아니다. 입국 금지는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SNS에 반박글을 올렸다.
유승준은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출국한 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이후 병무청의 요청으로 입국 금지 결정이 내려졌고, 정부는 이후 유승준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해왔다. 2003년 유승준이 “입국 금지 조치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진정하자 인권위는 “국제법상 국가가 외국인의 입국을 허가할 ‘일반적인 의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외국인 입국 허용 여부는 국가의 자유재량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기각했다.
이날 최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야당에선 “바뀐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뉘앙스로 볼 때 인권위 입장이 2003년과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국민의힘 외통위원)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운영위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최 위원장에게 “박 전 시장이 속옷 바람으로 찍은 사진이 (인권위에) 다 제출됐다. 성추행 사실 자체가 입증 가능하고, 집무실에서도 신체적 접촉이 있었다”며 “무릎에 입술을 맞추는 등 신체적 접촉에 대한 조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의원들이 “어떤 근거로 단정적 이야기를 하느냐” “사실 확인이 안 된 사실을 말한다”고 김 의원에게 소리를 치며 질의가 2분가량 중단됐다.
회의가 속개된 뒤 김 의원은 “박 시장은 지금 없지만 6층 서울시장 비서실에는 박 시장의 호위무사, 민주투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고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인권위가 어떤 외압에도 피해자들을 위해 철저하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조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말을 하기가 어렵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시기에 대해서는 “12월 말 정도까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민주당 의원들은 릴레이 반격에 나섰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원이 의원은 “여당 의원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피감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며 “죄가 있다는 단정적이고 명시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영 의원은 “사자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는 내용을 주장 할 때는 면책특권을 내려놓고 기자회견을 하라”고 날을 세웠다. 이용빈 의원도 “허위사실일 수도 있는 내용을 공공연하게 발표하거나 예단하는 것 역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지난 7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시장은 피해자 무릎에 나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고, 집무실 안 침실에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하면서 경찰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됐지만, 인권위는 7월 말부터 이 사건을 직권조사 중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