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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프리즘] 감기 환자 100명보다 1명의 중환자 도와야

중앙일보

입력

에이즈 감염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립보건원이 최근 이들에 대한 무료 진찰과 면역검사 혜택을 없애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이즈 감염자들은 국가 예산으로 해마다 20만원에 달하는 진찰료와 검사료를 전액 면제받아 왔다.

그러나 1천7백여명에 달하는 감염자 숫자에서 보듯 나날이 감염자가 급증해 무료 치료 혜택 외에 진찰료와 검사료까지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불안해하긴 백혈병 환자도 마찬가지다.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획기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인 글리벡의 약값 협상이 최근 또 실패로 끝났기 때문이다.

벌써 8개월째 정부와 제조회사 간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도 이유는 돈이다. 정부는 한 알에 1만7천여원을,제조회사인 노바티스는 2만4천여원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약값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최소 3년 이상 복용해야 하는데 건강보험에선 70%만 지원하므로 환자는 매달 1백만원 가까운 약값을 내야 한다.

에이즈 감염자와 백혈병 환자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나 국가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총량을 키우기 어렵다면 분배의 문제로 귀결된다.

현재 감기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3천원 정도만 낸다.초진의 경우 7천원 정도가 건강보험에서 지원되기 때문이다. 감기 등 가벼운 증세의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셈이다. 따라서 조금만 아파도 손쉽게 병.의원을 찾는다.

그러나 백혈병 등 중병을 앓게 되면 집안의 기둥 뿌리가 뽑힐 판이다.'보험'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에이즈에 대한 지원 중단은 감염자들을 지하로 내몰아 에이즈가 더욱 확산될 우려도 있다.

1백명의 감기 환자를 지원할 것인가 1명의 중병 환자를 지원할 것인가. 이제는 결론을 내릴 때라고 본다. 정치 논리는 곤란하다. 표결에 부친다면 다수를 차지하는 가벼운 질환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도 백혈병과 에이즈 같은 중병에서 예외라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민을 설득해 가벼운 질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올리고 중병 환자의 건강보험 혜택을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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