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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보다 진한 정...30년간 이웃 돌본 中남성, 수억 유산 받았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에서 이웃 할머니를 30여년간 돌봐준 남성이 생각지도 못한 유산을 받게 돼 화제다. 27일 신화망은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살던 수메이윈 할머니에게 생긴 수백만 위안(수 억원)이 넘는 유산의 절반을 완전 '남남'인 쉬후이밍이란 남성이 상속받게 됐다고 보도했다.

쉬후이밍은 수메이윈과 몇십년간 이웃으로 살았다. 수는 남편이 일찍 죽고 자녀가 없었다. 그나마 친척이라고 있는 조카는 먼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홀로 외롭게 살던 수 할머니를 도운 이는 회사의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쉬후이밍이었다. 1990년대 수 할머니의 집이 다 낡아 주저앉았을 때 쉬후이밍은 할머니를 자기 집에 데려와 살기도 했다. 그러던 2012년 수 할머니의 잔병치레가 많아져 요양이 필요하게 됐다. 쉬는 마을 촌장과 의논해 할머니를 양로원에 보내고 비용을 자기 돈으로 냈다.

이웃 할머니(오른쪽 두 번째)를 30여년간 돌봐온 한 중국 남성에게 할머니의 유산 절반을 줘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화망 웨이신]

이웃 할머니(오른쪽 두 번째)를 30여년간 돌봐온 한 중국 남성에게 할머니의 유산 절반을 줘야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신화망 웨이신]

2016년 수 할머니는 92세로 세상을 떠났다. 쉬후이밍은 자식처럼 할머니의 장례를 정성껏 치러주었다.

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쉬후이밍은 정리할 것이 하나 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 할머니는 생전에 무주택 독거노인 자격으로 정부에 주택건축용 부지를 신청했다. 이 주택건축용 부지(80㎡)는 수백만 위안의 토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알토란 같은 땅이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토지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결정이 전해졌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둘 다 이렇다 할 법률적 지식이 없어 생전에 "재산을 쉬후이밍에게 정식으로 물려주겠다"는 법률적 문서는 남기지 못했다.

수 할머니를 보살펴온 쉬후이밍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급된 토지 보상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신화망 웨이신]

수 할머니를 보살펴온 쉬후이밍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급된 토지 보상금의 절반을 받을 수 있다는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신화망 웨이신]

이런 사정을 알게 된 마을 위원회 측은 쉬후이밍에게 상속 소송을 제기하라고 권했다. 닝보시 법원은 현장 설문 조사를 벌였다. 쉬후이밍과 수 할머니의 이웃들은 하나같이 쉬의 선행을 칭찬했다.

마침내 닝보시 법원은 지난 22일 "수의 부지는 상속인이 없는 유산이며, 규정에 따라 집단소유로 귀속돼야 하지만 수 할머니를 많이 부양한 사람은 그에 걸맞는 유산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선심(善心)은 보답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닝보시 법원은 "쉬후이밍은 수 할머니를 30여 년 동안 돌봤기에 유산의 절반을 상속받을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에 따라 쉬후이밍은 토지 중에 40㎡를, 마을 위원회는 28㎡, 수 할머니의 조카는 12㎡를 각각 상속받게 됐다.

쉬는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가진 것이 없었다"면서 "제가 할머니의 토지 보상금을 나눠 받을 수 있단 생각은 꿈도 못 꿔봤다"며 얼떨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화망은 "30년이라는 세월은 어떤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좋은 사람에게는 보답이 따른다는 걸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터넷상에는 "가족도 아닌 할머니를 부양하고 장례를 치러준 쉬후이밍은 숭고한 도덕적 소양을 보여줬다"고 칭찬하는 글이 올라왔다.

미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가족이 아닌데도 이웃을 도운 선량한 쉬후이밍에게 좋은 일이 생겼던 것처럼, 어르신 돌봄을 널리 확산하자는 의미에서 마을 위원회는 받게 된 토지 보상금을 매년 마을 내 노인들에게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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