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임을 봐야 뽕을···' 저출산 해소하려 결혼 지원 나선 대전 서구

중앙일보

입력

“출산하려면 결혼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결혼을 부담스러워 하는 젊은 남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은 26일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확산하고 있는 비혼 문화를 개선해야 인구를 늘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구, 예식장 빌려주고 200만원 상당 지원 #지역 미혼남녀 대상 결혼 예비학교도 운영

 지난 9월 26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전 서구]

지난 9월 26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전 서구]

'결혼 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

 대전 서구는 지난 8월 '결혼 친화 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시행에 나섰다. 조례에 따르면 서구는 야외 결혼식 장소를 무료로 빌려주고 200만원 상당의 결혼 비용을 지원한다. 신랑·신부에게 제공하는 결혼식 장소는 보라매공원, 장태산 휴양림, 남선공원, 샘머리공원, 서구청 앞마당 등이다.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 예식 공간을 무료로 꾸며주고 예복·머리·메이크업 등에 드는 비용도 준다.

 지난 9월 26일 보라매공원에서는 작은 결혼식 프로젝트에 따른 제1호 커플이 화촉을 밝혔다. 50여명의 가까운 친지·친구가 참석한 가운데 서구청 직원이 재능기부로 축가를 부른 데 이어 지역 뮤지컬팀인 '무비컬웨딩'의 오프닝 공연 등이 열렸다.

 1호 커플은 "작은 결혼식을 계획하던 중 서구의 '사랑의 결실, 작은 결혼식' 사업을 접하고 신청했다"며 "예식을 준비하는 번거로움과 경제적 부담을 덜게 됐고, 멋진 이벤트들로 소중한 결혼식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오는 31일과 11월 1일에도 보라매공원 등에서 결혼식 3건이 열린다.

 대전 서구는 미혼남녀 대상 결혼 예비학교도 무료로 운영한다.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9일까지 서구청에서 미혼남녀 88명을 대상으로 결혼 예비학교를 연다. ▶부부 행복과 소통의 기술 ▶성에 대한 친밀한 소통 ▶결혼의 의미와 체크리스트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합리적인 재무관리 등을 교육한다.

 장종태 구청장은 "그동안 출산을 장려하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결혼 자체를 안 하는데 그 효과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한 결혼 문화를 확산시키고 작은 결혼식 문화가 우리 청년들의 결혼율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9월 26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전 서구]

지난 9월 26일 대전 서구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 [사진 대전 서구]

한국 합계 출산율 0명대의 저출산 기조

 실제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0명대라는 사상 최저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합계출산율은 해가 갈수록 떨어져 지난해 0.92명에서 올해 1분기 0.90명으로 낮아졌다가 2분기에는 0.84명을 기록했다.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부는 2003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범한 뒤 그동안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세우고 200조원 가까이 쏟아부었지만, 인구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현금성 지원 위주 출산 장려책의 효과가 과연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혼인 건수도 2018년 25만7622건에서 지난해 23만9159건으로 1만8463건(7.2%) 줄었다. 대전 지역 혼인 건수도 2018년 7377건에서 지난해 6602건으로 775건(10.5%)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인구가 줄면 사회 전반적인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감소가 심화한다고 강조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미래세대가 떠맡는 노인복지 재정 부담도 커진다. 미래세대 부담이 늘면 아이를 낳아 기르는 육아 환경이 악화해 아이를 덜 낳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