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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저환율! 뉴스 환율과 '블프' 환율은 왜 다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광장시장은 종로5가에 있고, 수산시장은 노량진에 가면 있는데, 외환시장은 어디에 있을까요?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런 표현 보셨을 텐데요, 여기서 말하는 외환시장은 사실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물리적 실체를 가진 공간은 아닙니다. ‘원화 강세’라거나 ‘연중 환율 최저’ 등을 말할 때 등장하는 원·달러 환율도 해외 사이트에서 결제할 때 쓰이는 환율과 좀 다른데요. 왜 그런지 알아볼까요?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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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고파는 시장

=개인이 환전하려면 은행 영업점이나 환전소에 가야 한다. 원화와 외화를 거래한단 점에서 여기도 외환시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으나, 엄밀히는 아니다. 주식시장과 비교를 해 보자. 주식시장에선 참여하는 이들이 호가를 대며 가격이 형성된다. 하지만 은행 영업점에선 호가를 댈 수 없다. ‘사실 때 얼마’ ‘파실 때 얼마’로 금액이 정해져 있다.

[그게머니]

=외환시장이라 하면 보통은 은행끼리의 시장(‘은행 간 시장’)을 의미한다. 국내외 은행 사이에서 원화나 외화를 사겠다는 가격과 팔겠다는 의사가 만나 가격이 형성된다. 서울외국환중개 같은 기획재정부의 인가를 받은 중개회사가 그 거래를 중개한다.

외환시장은 크게 '은행간시장'과 '대고객시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주로 외환시장이라고 하면 '은행간 시장'을 말한다.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쳐

외환시장은 크게 '은행간시장'과 '대고객시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주로 외환시장이라고 하면 '은행간 시장'을 말한다.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쳐

#오늘의 환율이란

=O월 O일의 원·달러 환율은 얼마일까? 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종가 기준이다. 외환거래 장이 열려있는 시간은 주식 장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오후 3시 30분의 시장가격이 그날 환율 종가가 된다. 주식시장에서도 특정일의 특정 종목 주식가격을 말할 때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데, 같은 개념에서 환율도 마감 가격을 기준으로 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선 주로 종가 환율을 그날의 환율로 본다.

=다른 하나는 매일 아침 서울외국환중개에서 올려주는 환율이다. 한국은행의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에 따르면 외국환중개회사는 매일 영업개시 30분 전까지 매매기준율을 알려야 한다. 서울외국환중개·한국거래자금 등 중개회사 홈페이지엔 오전 8시 30분에 ‘오늘의 환율’이 올라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도 이 환율을 쓴다.

 최근 3개월간의 원달러환율 추이. 달러 값이 싸졌다. 가격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고시하는 매매기준율 기준. 서울외국환중개 홈페이지 캡쳐

최근 3개월간의 원달러환율 추이. 달러 값이 싸졌다. 가격은 서울외국환중개에서 고시하는 매매기준율 기준. 서울외국환중개 홈페이지 캡쳐

#하나만 같고 나머진 달라 

=오전 8시 30분에 올라오는 매매기준율은 각 시중은행이 매일 외환거래 업무를 시작하는 기준가격이다. 21일을 예로 보면, 서울외국환중개에 올라온 매매기준율=하나은행 1회차 매매기준율=신한은행 1회차 매매기준율이 모두 1139.70원으로 동일한 것을 볼 수 있다.

=단, 매매기준율이 같다고 해서 어느 은행에서 환전하나 가격이 같다는 말은 아니다. 매매기준율은 은행이 수수료를 붙이기 전 가격, 즉 그들이 사 온 도매가를 말한다. 우리가 실제로 환전을 할 땐 이 매매기준율보다 비싸게 사고 싸게 팔게 된다. 이를 ‘환율 스프레드’라고 하는데, 고객 입장에선 수수료라고 보면 된다.

=수수료는 은행별로 다르고, 이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우대율도 다르다. 같은 옷도 A 백화점과 B 백화점에서 마진을 달리 붙여 팔 수 있고, 그 달리 붙인 가격에 할인율도 저마다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회차 이후부턴 은행마다 고시하는 매매기준율도 달라진다. 은행마다 외화를 사오는 데 드는 비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이 끝난 오후 3시 30분 이후에도 은행끼리의 외화거래는 계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이 시간 이후에도 자신들의 환율을 고시하기도 한다. 신한은행은 오후 6시까지, 하나은행은 오후 8시까지 환율을 업데이트한다.

블랙프라이데이 관련 이미지.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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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주식이나 직구라면

=테슬라 주식을 사거나 블랙프라이데이에 아마존에서 물건을 살 때 환율은 어떤 기준으로 계산될까? 증권사·카드사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삼성카드는 우리은행 환율을, BC카드는 기업은행 환율을 이용하고 키움증권은 신한은행 환율을, 대신증권은 하나은행 제공 환율을 기준으로 삼는 식이다.

=다만 결제 시점이 곧 환율적용 시점이 아님에 주의해야 한다. ‘오늘 환율이 싸구나, 평소 눈여겨보던 해외 상품을 사야겠다!’는 유리한 거래가 아닐 수 있다. 결제 승인이 나면 2~4일 내로 비자·마스터·아멕스 같은 국제브랜드가 수수료를 붙여 국내 카드사에 돈(달러)을 달라고 청구한다. 그럼 국내 카드사는 한국 돈으로 달러를 사서 보내주는데, 이때의 환율이 적용된다. 그러니까 ‘오늘 환율이 싸구나’보다는 ‘며칠 뒤엔 환율이 더 내릴 것 같다’고 예상될 때 결제 버튼을 누르는 게 조금 더 유리한 소비일 수 있다.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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