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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에도…바티칸, 중국과 '주교 합의' 연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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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이 22일(현지시간) 중국과 2018년 맺은 주교 임명 합의를 2년 더 연장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교황청이 22일(현지시간) 중국과 2018년 맺은 주교 임명 합의를 2년 더 연장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교황청이 중국과 2018년 9월 맺은 '주교 임명 합의'를 2년 더 연장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교황청-중국 '주교 임명 합의' 2년 연장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측의 소통과 협력에 초기 성과는 긍정적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합의 연장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가톨릭 교회의 삶과 중국인들의 이익을 위해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주교 임명 합의 연장을 알리며 “양측은 관계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긴밀하게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9월 이뤄진 주교 임명 합의는 중국 정부가 임명한 주교 7명을 바티칸 교황청이 공인하는 대신 중국 정부는 교황을 세계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다. 전세계에서 주교 임명은 보통 교황의 절대적 권한으로 여겨지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중국과 교황청은 중국 공산당 정권 수립 이후 주교 임명 문제를 놓고 갈등하다 1951년 단교했다. 중국이 자국 승인 없는 교황의 주교 임명을 거부했고, 교황청이 중국 대신 대만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면서다. 교황청이 유럽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대만과 외교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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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957년 자체적으로 ‘애국회’를 설립해 천주교 주교를 임명했다. 이후 중국 천주교 신자는 애국회 소속과 그렇지 않은 ‘지하교회 신자’로 나뉘었다. 중국 내엔 지하교회 신도 약 1000만 명과 중국 천주교 애국회 신도 약 70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다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들어서며 교황청과 중국은 관계 개선에 나섰고, 2018년 주교 임명 합의까지 이어졌다. CNN 등 외신들은 교황청이 이번 합의 연장으로 1700만 명에 달하는 천주교 신자에 다가가고, 추가로 수백만 명의 중국인들을 천주교로 개종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주교 임명 합의 연장으로 교황청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수교를 끊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만 외교부는 22일 “이번 교황청과 중국의 합의 연장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합의가 아닌 목회적인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에선 교황청이 중국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지하교회를 상대로 한 중국 공산당의 박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종교인들에 대한 중국의 박해에 저항한다. 바티칸도 동참하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종교인들에 대한 중국의 박해에 저항한다. 바티칸도 동참하라″고 적었다. [트위터 캡처]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역시 2018년 주교 임명 합의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해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지난달 미국 보수 가톨릭 잡지에 기고한 글과 트위터를 통해 “2018년 합의 이후 중국 내 종교인들의 인권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며 “교황청이 합의를 연장하면 바티칸의 도덕적 권위가 손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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