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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독감 백신 쇼크…접종 중단 검토하고 사망 원인 밝혀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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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독감 백신 접종 직후 사망한 사례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속출하면서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질병관리청은 접종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혼란과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단기간에 사망자 속출 가벼이 볼 일 아냐 #백신 철저히 검증하고 안전성 확보 시급

어제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백신의 안전성이 규명될 때까지 접종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청장은 “현재까지 사망자 보고가 늘기는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직접적 연관성은 낮다”며 접종 강행 입장을 고수했다.

고령층과 임신부 등 고위험군의 경우 독감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 깊숙이 침투한 상황에서 독감 백신 접종 직후 단기간에 사망자가 속출했으니 접종을 잠정 중단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와 독감이 동시에 확산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독감 백신 접종을 불가피하게 진행할 경우라도 사망자를 최대한 줄이려는 특단의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 예컨대 질병청과 지자체들은 고위험군이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경우 사전과 사후 단계에서 철저한 점검은 물론이고, 위독한 상황 발생에 대비해 신속한 비상 대응체계를 갖춰야 한다.

백신 자체의 결함 가능성도 신속히 검증해야 한다. 정 청장은 “백신 제조 과정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정을 통해 독성 물질을 모두 거르기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국가 독감 백신 예방접종 사업을 크게 확대하면서 정부 조달 물량(1900만 명분)을 급히 제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미 상온 노출 백신 사태를 경험하지 않았나.

일각에서는 독감 바이러스를 유정란에 넣어 배양할 때 독성 물질이나 균이 기준치 이상 있었다면 사망에 이르는 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유통하기 전과 접종 이전 백신에 대해 균과 독성물질 상태를 따로 꼼꼼히 점검하지 않는다고 한다. 백신 안전점검 행정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무책임하다. 여당은 정 청장 감싸기에 급급해한다. 정 청장이 독감 백신 사태로 흔들릴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하고 있다니 한심하다. 야당은 독감 백신을 ‘죽음을 부르는 독약’이라며 과도하게 불안감을 부추기는데 이 또한 부적절하다.

독감 백신 사망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어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1명으로 100명 선을 또 넘었다. 질병청은 지금 코로나 방역과 독감 백신 사망자 줄이기라는 이중고 앞에 서 있다. 독감 백신 쇼크를 잠재우려면 백신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정 청장과 지자체장들은 직을 걸고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