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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산행? 고수는 영남알프스, 초보는 이 산 가면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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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억새 명소인 영남알프스 간월재. 햇볕을 받은 억새꽃이 황금빛을 띠고 있다. [사진 울주군]

한국을 대표하는 억새 명소인 영남알프스 간월재. 햇볕을 받은 억새꽃이 황금빛을 띠고 있다. [사진 울주군]

가을이 가기 전에 단풍 말고 감상해야 할 절경이 또 있다. 솜털처럼 하얀 꽃을 틔운 억새가 바람 따라 군무를 추는 모습이다. 10~11월에는 동네 공원이나 천변에서도 억새꽃을 볼 수 있지만, 진짜 장관은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다. 서울의 억새 명소인 하늘공원마저 코로나19 탓에 11월 8일까지 폐쇄한다니 올해만큼은 억새 산행을 도전해볼 일이다. 억새로 유명한 전국의 산을 난이도별로 소개한다.

난이도 하(下) - 민둥산·오서산

강원도 정선 민둥산은 과거 화전민이 살던 터전이었다. 8부 능선 위쪽으로 거대한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정선 민둥산은 과거 화전민이 살던 터전이었다. 8부 능선 위쪽으로 거대한 억새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중앙포토]

민둥산은 헐벗은 산을 일컫는다. 강원도 정선에 가면 보통명사 민둥산의 이미지를 그대로 품은 명산 ‘민둥산(1119m)’이 있다. 이름처럼 산 정상부가 민숭민숭하다.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수시로 불을 질러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다. 8부 능선 위쪽으로 나무 대신 억새가 살고 있다. 억새 군락지 면적이 66만㎡에 달한다. 정상 높이가 1000m가 넘어 지레 겁먹을 수 있으나, 산행 초보도 도전할 만하다. 해발 500m 증산초등학교에서 출발하면 2~3시간 만에 돌아올 수 있다. 급경사가 없어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오서산은 억새 군락과 서해 낙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희귀한 산이다. 최승표 기자

오서산은 억새 군락과 서해 낙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희귀한 산이다. 최승표 기자

오서산(790m)은 서해안에 드문 억새 산이다. 충남 홍성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쉽다. 입장료(1000원)와 주차비(중·소형차 3000원)를 내고 휴양림 안으로 들어가면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코스가 나온다. 정상은 보령시 관할이다. 하산 시간을 잘 계산해 서해 낙조를 보고 오길 권한다. 은빛 억새와 황금빛 천수만이 눈부시다. 올라온 방향 말고 계속 시계 방향으로 걸어야 내리막길 경사가 완만하다.

난이도 중(中) - 명성산·천관산

명성산은 단풍과 억새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인 산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명성산은 단풍과 억새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매력적인 산이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에 걸쳐 있는 명성산(922m)은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억새 명산이다. 억새 군락 면적은 넓지 않지만, 서울에서 가깝고 진입로인 산정호수 단풍도 화려해서 일거양득이다. 등산로는 다양하다. 산정호수 상동주차장을 출발해 비선폭포, 등룡폭포를 지나는 길이 일반적이다. 쉬는 시간까지 4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바위가 많아 만만치 않다. 대신 단풍, 폭포, 억새를 차례로 감상할 수 있어 눈이 즐겁다.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천관산. 정상부에 오르면 억새 군락과 함께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포토]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히는 천관산. 정상부에 오르면 억새 군락과 함께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중앙포토]

장흥 천관산(723m)은 『동국여지승람』이 호남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은 산이다. 늦겨울엔 동백, 봄에는 진달래가 화려하고 가을엔 억새로 눈부시다. 정상 풍광은 억새로 유명한 여느 산보다 드라마틱하다. 정상부에 오르면 발아래로 다도해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등산 코스는 열 가지가 넘지만, 장천재에서 출발하는 게 가장 좋다. 다른 탐방로보다 시간이 더 걸려도 기암괴석과 다도해를 두루 만끽할 수 있다. 정상 연대봉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난이도 상(上) - 영남알프스  

 영남알프스는 두세 시간 산행도 가능하지만 1000m급 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하늘억새길' 종주도 가능하다. [사진 울주군]

영남알프스는 두세 시간 산행도 가능하지만 1000m급 산의 능선을 따라 걷는 '하늘억새길' 종주도 가능하다. [사진 울주군]

영남알프스는 울산시 울주군, 경남 밀양 등 5개 시·군에 걸쳐 있는 거대한 산악지대를 일컫는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만 9개다. 영남알프스는 자타공인 억새 산행 일번지다. 군락지 면적이 710만여㎡에 달한다. 사자평, 간월재 같은 억새 평원도 그림 같지만, 신불산(1159m)·영축산(1081m)·천황산(1189m) 능선에도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영남알프스 억새 산행은 한나절 코스도 있고,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장거리 코스도 있다. 배내고개를 출발해 간월재에서 억새 군락을 보고 돌아오는 코스가 가장 쉽다. 굳이 간월산이나 신불산 정상을 안 오르면 왕복 두세 시간 걸린다.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간월재 왕복 코스도 인기다. 배내고개 코스보다 조금 더 가파르다. 왕복 서너 시간 걸린다.

29.7㎞에 달하는 하늘억새길을 완주하는 산꾼도 있다. ‘하드코어 억새 산행’이라 할 만하다. 5개 구간으로 이뤄진 길을 애오라지 걸으면 12시간이 넘는다. 야영 장비를 들쳐메고 백패킹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지정구역 외에서의 취사, 야영은 불법이다. 영남알프스 내 휴양림이나 캠핑장을 이용하는 게 안전하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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