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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육 맛있겠다, 꼭 먹어보고싶다" 韓 외교관의 엽기 막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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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우리 할머니가 일본인인데 우리 할머니 덕분에 조선인들이 빵을 먹고 살 수 있었다."

미국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A부영사가 공관 직원에게 이런 '막말'과 욕설을 상습적으로 했지만, 외교부가 경미한 징계만으로 사건을 덮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교관의 뉴질랜드인 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한차례 홍역을 겪었던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국민앞에 고개를 숙이기까지 했지만, 또 외교관의 비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20일 외교부 관계자의 제보 등을 통해 A부영사가 지난 2019년 주시애틀 총영사관으로 부임한 뒤 공관 소속 행정직원들에 대한 욕설과 폭언, 비정상적인 발언 등을 했음에도 징계는 장관 명의의 경고 조치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A부영사가 '인간고기가 너무 맛있을 것 같다. 꼭 인육을 먹어보려고 한다' 등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며 '에이 XX새끼야' '네가 퇴사하더라도 끝까지 괴롭힐 거다' '이 월급으로 생활이 가능하냐'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고 제보했다. 행정직원에 대한 불쾌한 신체접촉이 수차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2019년 10월 주시애틀 총영사관 소속 행정직원들이 A부영사에 관한 비위행위 16건(폭언 및 갑질 외 사문서위조, 물품 단가 조작, 이중장부 지시, 예산 유용, 휴가 통제, 특근매식비 집행서류 허위작성, 시간외근무 불인정 등)을 공관 간부에게 신고해, 외교부 감사관실이 현지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뉴스1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뉴스1

외교부 감찰담당관 등은 지난 16일 이 의원실에 "해당 비위사건에 대해 A씨의 B행정직원에 대한 폭언(2차례) 및 상급자를 지칭해 부적절한 발언(1차례)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외의 조롱, 인격비하 발언, 막말, 불쾌감 조성, 마약 옹호 발언 등은 양측 간 주장이 상반되고 주변인 진술 또는 증빙자료가 없어 사실관계 확인 불가해 문제 삼기 곤란하다"며 "그 결과 해당 A부영사에 대한 징계는 장관 명의 경고 조치가 주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국민권익위 등에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감찰 이후 공관 최고위 간부로부터 행정직원이 퇴직을 강요당하는 발언을 듣는 등 2차 피해도 제기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사안의 심각성이 매우 크다"며 "외교부 내 공무기강 해이와 강 장관의 외교부 내 비위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제 예시"라고 밝혔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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