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서 그만…” 이혼소송 중 아이들 데려온 아빠…법원 선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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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놀이터. 뉴스1

아파트 놀이터. 뉴스1

아내와 이혼소송 중인 40대 남성이 아내가 데리고 간 아이들을 강제로 데려왔다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사정이 참작돼 선처를 받았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부장 김호춘)은 미성년자 약취와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41)와 미성년자 약취 공범으로 A씨의 아버지(71)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과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그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시인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을 참작할 수 있으므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의 부인 B씨는 시가와 사이가 나빠지자 올해 2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A씨는 B씨가 곧 돌아올 줄 알았지만 B씨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2개월 가량 아이들을 보지 못한 A씨는 부친과 함께 올 4월 처가를 찾아갔다가 집 앞 놀이터에서 처남과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처가 측과 몸싸움을 벌였다. 처남이 A씨를 막자 A씨는 처남의 목을 잡고 바닥에 쓰러뜨린 뒤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를 붙잡았다. 그 사이 A씨의 아버지가 아이들의 손을 잡아끌어 주차장에 있던 차로 데려가 태우고 떠났다.

이 일로 A씨와 A씨의 아버지는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재판에서 “B씨가 잠시 친정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간 뒤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아이들을 보지 못하게 돼 이런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며 “피고인들로서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데려오는 게 이렇게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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