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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쌀뜨물 세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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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습한 여름에서 건조한 가을로 넘어오고 기온도 떨어지면서 피부가 거칠어졌다는 사람이 꽤 있다. 이런 이들에게 추천하는 한 가지 방법이 바로 쌀뜨물 세안법. 쌀을 첫 번째로 씻은 물은 버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로 씻은 물을 받아 두었다가 그 물로 세안하면 피부가 촉촉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할 때 ‘쌀뜨물’이 아니라 ‘쌀뜬물’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에도 ‘쌀뜬물 활용법’ ‘쌀뜬물의 다양한 효능’처럼 ‘쌀뜬물’이라 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쌀뜨물’ ‘쌀뜬물’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우리말에서는 보통 ‘어린이(어리-+-ㄴ+이)’ ‘건넌방(건너-+-ㄴ+방)’ ‘눌은밥(눌-+-ㄴ/은+밥)’ 등에서와 같이 용언의 어간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붙어 합성어가 만들어진다. 이런 유형에 익숙하다 보니 ‘쌀뜬물’도 바른 표현이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즉 ‘쌀을 뜨고 난 물’을 떠올리며 ‘쌀’과 ‘뜨다’, 그리고 ‘물’이 결합(쌀+뜨-+-ㄴ+물)해 ‘쌀뜬물’이 된 것이라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쌀뜨물’은 ‘쌀’과 ‘뜨물’이 만나 이루어진 합성어다. 곡식을 씻어내 부옇게 된 물을 ‘뜨물’이라고 한다. ‘뜨물’은 “뜨물에 여물을 쑤어 소에게 먹였다” 등처럼 쓰인다.

‘뜨물’이란 단어를 별로 쓸 일이 없다 보니 대체로 이 단어의 뜻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쌀’과 ‘뜨물’이 만나 ‘쌀뜨물’이 됐다는 것 역시 알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쌀뜨물’이 바른말이므로 ‘쌀뜬물’로 적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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