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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재활병원에서 코로나 왜 자꾸 터지나…부산 해뜨락 73명, 경기 SRC 51명 확진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경기도 광주시 SRC재활병원에서 18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경기도 광주시 SRC재활병원에서 18일 오전 방역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에 이어 경기도 광주 SRC재활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8일 낮 12시 기준, SRC재활병원 누적 확진자는 총 51명이다. 병원 종사자가 20명, 환자 18명, 보호자 10명, 기타 3명 등이다.
이 병원에선 16일 간병인이 첫 환자로 나온 뒤 32명(17일)→51명(18일) 등 확산세가 가파르다.
방대본은 전체 5개 병동 가운데 확진자가 나온 병동을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한 채 직원과 환자 등 620여 명에 대한 전수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주 코로나19가 번졌던 부산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도 이날 환자 12명과 종사자 2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73명으로 늘었다. 이 병원도 13일 첫 환자가 나온 뒤 14일 53명, 17일 59명으로 주춤하다가 주말을 거치며 70명대로 불어났다.

정부가 우려해온 추석 연휴발 코로나19 확산은 미미하지만, 병원발 집단감염이 '복병'이 되고 있다.
의료기관에는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취약층이 집중돼 있어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벌써 80대 사망자가 두 명 나왔다. 지난달 집단감염이 터진 서울 도봉구 정신과 전문병원인 다나병원에선 현재까지 누적 확진자가 65명 발생한 가운데, 8명이 사망했다. 이달 초 경기 의정부 소재 재활전문병원인 마스터플러스병원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17일 정오까지 총 6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늘 수 있어 보건당국은 병원 집단감염을 가장 우려한다. 전국 요양시설에 가족 면회 금지 조치를 실시하는 등 방역 수칙을 강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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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최근 요양 및 재활병원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중소병원의 감염관리시스템 미비를 주요 원인으로 본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뜨락 요양병원, SRC재활병원, 다나병원은 주로 치매, 고령층, 정신질환 환자들이 입원한 병원"이라며 "이 분들은 주로 누워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감염원이 아니고, 결국 간호사, 간병인, 면회객 등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감염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뜨락 병원의 첫 환자는 간호조무사였고, SRC재활병원은 첫 지표 환자가 간병인이었다.

간병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감염자가 다수 속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SRC재활병원에서 18일 오전 확진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간병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이후 감염자가 다수 속출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SRC재활병원에서 18일 오전 확진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스1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의 경우 직원, 의료인력 대상으로 매일 체온 체크를 비롯해 고위험시설은 가지 못하게 하는 등 엄격한 감시체계를 가동된다. 하지만 일반 요양병원 등 지역 중소병원에선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는 등 코로나19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재활병원 특성상 밀접 접촉이 많은 데 비해 마스크 착용을 소홀히 했을 수도 있다"고 봤다.

특히 요양병원 등 노인 관련 병원에선 확진자가 나오면 곧바로 환자들이 무더기 확진되는 경우가 많아 우려를 더한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고령층은 이미 기저질환이 있어서 코로나19 증상으로 인지 못하고 지나갈 때가 많고, 70~80대는 면역시스템이 일반인보다 저하돼 있어 코로나19 증상 발현 시기가 늦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나, 간병인, 영양사 등이 확진됐을 땐 이미 고령층 환자에게 코로나19가 많이 전파됐을 거란 얘기다.

정부는 해뜨락 병원 집단감염이 터지자 우선 수도권의 노인·정신병원·시설과 노인주간보호시설 이용자 16만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일제 진단검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의료기관 자체적으로 방역수칙 준수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한다.

14일 오전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신종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한 보호자가 병원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4일 오전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신종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이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한 보호자가 병원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시도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이런 기관에 새로 입소하는 사람이나 종사자들은 조금이라도 몸이 이상하거나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검사를 받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요양시설 등 중소 의료기관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전국적으로 선제적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수는 "소위 동네병원에서 직원이 확진됐을 땐 이미 병원 환자들 수십 명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져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중소병원 등에 대해선 직원들의 코로나19 의심 검사를 일주일, 2주 등 정기적으로 하도록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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