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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 양성, U턴 입학생 밀물…전문대졸 계층 상승 눈에 띄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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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호 06면

중앙일보대학평가원 리포트 - 대졸자 ‘계층이동’ 분석 

주문식 교육과정을 통해 대기업에 취업하는 전문대 졸업생이 늘고 있다. [영진전문대]

주문식 교육과정을 통해 대기업에 취업하는 전문대 졸업생이 늘고 있다. [영진전문대]

전문대 졸업자의 계층 상향 이동률은 2006년 2.0%에서 2016년 3.6%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대 졸업자의 평균 월급(195만원)은 전체 대학 졸업자의 평균(210만원)에 못 미쳤다. 여전히 낮은 임금 구조에 머물러 있다. 또한 저소득층 입학률(30% 안팎)도 조사 기간 중 별다른 변화가 없다. 그런데도 상향 이동률이 높아진 것은 졸업자들 중 상위 소득의 직업으로 진입하는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기업과 협업, 현장 교육 성과 #주문식 교육으로 실무 기술 익히고 #해당 업체에 취업, 높은 임금 받아 #학사학위 따고 대학원 진학도 가능

전반적인 변혁이라기보다는 일부 전문대의 성공적인 교육과정 변화와 새로운 교육 방식의 도입이 계층 상승을 견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의 강문상 소장(인덕대 교수)은 ‘주문식 교육과정’과 함께 ‘U턴 입학생의 증가’와 ‘전문대 학사제도 개선’으로 좋은 학생들이 입학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점을 주 요인으로 꼽았다.

주문식 교육과정이란 기업과 함께 현장 실무에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술인을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말한다. 즉 교육에 기업이 개입함으로써 효율을 높인 것이다. 대구 영진전문대는 2004년 하이닉스와 교육 협약을 맺고 개설한 협약반(SK하이닉스반)을 통해 높은 임금을 받는 기술인을 배출하고 있다. 값비싼 반도체 생산설비를 전문으로 유지·관리하는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협약반은 매년 지원자 중 고교 생활기록부와 학점, 그리고 자체 시험을 거쳐 40명을 선발한다.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매년 10~30명 정도 SK하이닉스에 입사한다. 지난해까지 16년간 총 450여 명이 입사했다. 협약반을 운영하는 엄재철 교수는 “첫 연봉 수준은 3500만~4000만원 정도 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업의 주문식 교육과정 수는 2015년 348개에서 2017년 641개로 늘었다. 교육과정에 참여한 학생 수도 같은 기간 1만3610명에서 1만9310명으로 늘었다. 2017년 기준 약정한 업체에 입사한 학생은 3909명. 전체 참여 학생 수의 20% 수준이다. 동종의 다른 업체에 들어가는 경우는 13.7%였다.

이처럼 전문대의 성과가 높아지면서 좋은 학생들이 전문대를 찾는 것도 상향 이동 촉진의 한 요인이 됐다. 한 예로 U턴 입학생의 증가다. 4년제 일반대에 다니던 중 혹은 졸업 후 취업시장에 나갔다가 다시 전문대에 입학하는 경우다. 이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목적의식이 뚜렷해 효율이 좋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말이다. 2014년 4984명이었던 U턴 입학생은 지난해 8392명으로 늘었다.

U턴 입학생인 문소윤(27·여)씨는 2015년까지 부산의 한 국립대에 3학년까지 다니다가 경남 거창의 한국승강기대에 다시 입학했다. 학과 선배들이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전문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이 대학으로 옮겼다고 했다. 문씨는 졸업 후 승강기 제작업체인 티센크루프에 정규직으로 입사했다. 문씨는 “연봉은 3000만원대 중반이며, 직장에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을 듣는다”며 “전문대 재입학 선택을 잘한 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대에서도 전공 심화 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따고, 곧바로 대학원에 진학할 길이 열리는 학사제도 개선도 목표가 뚜렷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데 주효했다는 것이다. 기술중심교육으로 실무 능력이 높아도 과거에는 학사학위가 없을 경우 응시할 수 있는 국가기술자격증 수준이 한 단계 낮았는데, 학사제도 개선으로 그런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기술직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은 실무 기술 교육이 강한 전문대를 선호하고, 기업들도 기술 숙련도가 더 높은 전문대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기면서 시너지가 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 대학의 사례는 대학이 확실한 실무 기술 교육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상향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산업체의 실무에 적용 가능한 교육과정의 도입과 재교육 시스템이 저소득층에 삶의 기회를 더 확장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학벌 프리미엄이 적은 일반 4년제 대학교육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학평가원=양선희(원장), 최은혜·문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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