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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명문 12개대 ‘계층이동’은 허구…저소득층 학생 비율 3.8%에 그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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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호 07면

중앙일보대학평가원 리포트 - 대졸자 ‘계층이동’ 분석 

라지 체티 교수

라지 체티 교수

라지 체티 연구는 미국 명문 대학들이 저소득층 입학률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계층이동에 기여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증명한 연구였다.

라지 체티 교수 연구 보니 #중간계층, 저소득층보다 더 소외 #‘기회의 평등’ 논쟁 일으키기도

이 연구는 아이비리그 대학 8개와 시카고대, MIT, 스탠퍼드대, 듀크대 등 12개 명문대를 대상으로 1980~91년 출생 인구의 세금행정자료를 활용해 계층이동성을 연구한 것이다. 그 결과 졸업 후 소득 규모 20%대의 직업으로 취업한 사람 중 저소득층이 차지한 비율, 즉 상향 이동률은 2.2%로 나타났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소득 계층과 인종 등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부모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시험도 암기보다 수학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실제로 흙수저에서 명문대에 진입한 성공 사례들도 꾸준히 발굴해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대학에 저소득층 학생 비율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것보다 효율은 매우 낮았던 것이다. 또한 낮은 입학률은 낮은 계층상향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이를 보도하면서 각 대학의 계층이동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기사를 제공했다. 이 보도 이후 명문대의 계층이동성이 더 나아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연구 이후 미국의 교육학계와 대학, 정책당국이 정책 연구 그룹을 결성하면서 대학이 가난한 이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높아졌다.

2017년 10월 텍사스주립대에서 창립 콘퍼런스를 가진 클라임 이니셔티브(CLIMB Initiative)가 그 결과물이다. 클라임(CLIMB)은 ‘사회이동성을 증진하는 대학 지도자들(Collegiate Leaders in Increasing MoBility)’의 약자다.

체티 교수 연구팀은 지난 2월, 같은 문제 의식을 중간 계층 출신 자녀들로 확장했다. 그 결과 중간 계층 자녀들이 저소득층 자녀들보다 명문대 입학에서 더 소외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득계층 5분위(1분위 상위, 5분위 최하위) 중 SAT에서 같은 점수(1600점 만점에 1400점)를 받더라도 최상위대학에 들어간 2~4분위 출신은 4.4~4.7%인 반면 1분위는 7.3%, 5분위는 10.8%였다. 저소득층에 대한 인센티브는 늘렸으나 대신 중간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역시 ‘기회의 평등’에 대한 논쟁적인 어젠더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평가원=양선희(원장), 최은혜·문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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