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대학평가원 리포트 - 대졸자 ‘계층이동’ 분석
라지 체티 연구는 미국 명문 대학들이 저소득층 입학률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계층이동에 기여한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증명한 연구였다.
라지 체티 교수 연구 보니 #중간계층, 저소득층보다 더 소외 #‘기회의 평등’ 논쟁 일으키기도
이 연구는 아이비리그 대학 8개와 시카고대, MIT, 스탠퍼드대, 듀크대 등 12개 명문대를 대상으로 1980~91년 출생 인구의 세금행정자료를 활용해 계층이동성을 연구한 것이다. 그 결과 졸업 후 소득 규모 20%대의 직업으로 취업한 사람 중 저소득층이 차지한 비율, 즉 상향 이동률은 2.2%로 나타났다.
미국 명문 대학들은 소득 계층과 인종 등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부모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면 등록금을 면제해주고 시험도 암기보다 수학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홍보했다. 실제로 흙수저에서 명문대에 진입한 성공 사례들도 꾸준히 발굴해 홍보해왔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대학에 저소득층 학생 비율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려진 것보다 효율은 매우 낮았던 것이다. 또한 낮은 입학률은 낮은 계층상향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7년 이를 보도하면서 각 대학의 계층이동 성적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기사를 제공했다. 이 보도 이후 명문대의 계층이동성이 더 나아졌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연구 이후 미국의 교육학계와 대학, 정책당국이 정책 연구 그룹을 결성하면서 대학이 가난한 이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자성론이 높아졌다.
2017년 10월 텍사스주립대에서 창립 콘퍼런스를 가진 클라임 이니셔티브(CLIMB Initiative)가 그 결과물이다. 클라임(CLIMB)은 ‘사회이동성을 증진하는 대학 지도자들(Collegiate Leaders in Increasing MoBility)’의 약자다.
체티 교수 연구팀은 지난 2월, 같은 문제 의식을 중간 계층 출신 자녀들로 확장했다. 그 결과 중간 계층 자녀들이 저소득층 자녀들보다 명문대 입학에서 더 소외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득계층 5분위(1분위 상위, 5분위 최하위) 중 SAT에서 같은 점수(1600점 만점에 1400점)를 받더라도 최상위대학에 들어간 2~4분위 출신은 4.4~4.7%인 반면 1분위는 7.3%, 5분위는 10.8%였다. 저소득층에 대한 인센티브는 늘렸으나 대신 중간 계층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 역시 ‘기회의 평등’에 대한 논쟁적인 어젠더를 제시하고 있다.
대학평가원=양선희(원장), 최은혜·문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