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득상승사다리’ 탄 8개 최상위권대 나온 취업자, 부모 찬스 22% 흙수저 6%뿐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07호 06면

중앙일보대학평가원 리포트 - 대졸자 ‘계층이동’ 분석

국내 대학순위평가를 주도하고 있는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순위 평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 대학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만들고, 대학의 발전 방향에 대한 어젠더를 발굴하는 기능은 멈추지 않고 지속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는 우리 사회의 대전제가 된 ‘공정성’의 화두를 잡고, 대학의 공정성에 대해 탐구했다. 첫 과제로 최성수 연세대 교수 연구팀과 함께 ‘대학 졸업생들의 계층이동성’에 대한 문제를 탐구했다. 최 교수팀은 2월 『한국사회학』에 ‘한국 대학들의 사회이동 성적표: 경제적 지위의 세대 간 이동과 유지에서 대학이 하는 역할’(이수빈·최성수)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톱20 대학도 저소득층 출신 4.7% #계층 상향 이동 기여도 적은 편 #부모 프리미엄 7%P 가량 존재 #최상위권 대졸 평균 100만원 벌 때 #인서울 중상위권 대학은 80만원 #명문대, 다양한 소득 계층 포용해야

‘대학교육은 흙수저 학생들에게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제공한다.’

이는 믿음이자 의문이다. 대학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늘 이 지점에서 일어난다. 가난한 수재 청년이 명문 대학을 졸업한 후 인생역전을 이룬 감동적인 스토리들은 널리 퍼져 있고, 이로써 대학은 후천적 공정성의 가늠자가 된다는 믿음도 확고하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학교육을 통해 인생역전 또는 계층이동에 성공한 흙수저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

3년 전 미국에서 발표된 라지 체티(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보고서에선 명문대 졸업 후 연봉 상위 20%대의 직업으로 진입한 사람들 중 저소득층(소득 하위 20%) 출신은 2.2%, 즉 100명 중 2명꼴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가장 큰 이유는 명문대에 저소득층 학생이 워낙 적기 때문이었다. 당시 분석한 미국 12개 명문대의 경우 소득 상위 1% 집안 출신 학생이 14.5%인데 비해 저소득층 학생은 3.8%로 나타났다. 즉 입학 불공정이 결과적 불공정을 낳는다는 말이다. 이 보고서는 ‘명문대학은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계층 유지에 헌신하며, 저소득층의 상향 이동을 이끄는 역할은 미흡하다’는 사실을 계량적으로 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일보대학평가원은 최성수 교수팀과 함께 체티 교수의 분석방법론을 활용해 한국 대학의 계층이동성을 분석했다. 즉 졸업생들의 취업경로를 추적해 자녀 세대의 소득  계층이 부모 세대 계층에서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 실제로 대학 교육은 계층 변화를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는지 추적한 것이다.

‘교육을 통한 계층 역전의 기회가 있는 사회’.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한 사회란 이런 모습이다. 대학이 공정사회에 기여하는 것도 부모의 계층에 상관없이 학생의 능력과 노력으로 계층이동이 가능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들은 이런 기능을 얼마나 잘 수행하고 있을까. 이번 조사를 통해 발견한 두 개의 어젠더를 제시한다.

[AGENDA 1] 자녀 소득은 부모 찬스가 좌우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우리나라에서 사회초년생이 받는 초봉의 상위 20% 선은 월 365만원(이하 상위 소득)이다. 월급을 이 금액 이상으로 받는 졸업생들은 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 취업자 중 상위 소득 직업에 진입한 저소득층(소득 하위 20%) 출신은 5.9%, 중산층(소득 상위 20%) 출신은 22.4%였다. 상위권 대학(사립대학)도 저소득층(4.7%)과 중산층(14.4%)의 차이가 컸다. 이는 한국 상위권 이상 대학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계층 유지 혹은 계층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계층 상향 이동 기여도는 적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흙수저 출신이 상위 소득 직업으로 들어간 비율은 조사기간 평균 51.4%다. 같은 기간 중산층 출신은 57.9%였다. 상위권 대학 출신도 상향 이동이 36.3%, 계층 유지가 44.2%였다. 부모 프리미엄은 분명히 있다. 그래도 상위권 이상 대학 졸업자들의 경우 흙수저 출신도 상위 소득으로 진입할 확률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대학입학 불균등이 격차 만들어=그렇다면 저소득층 자녀가 상위 소득 직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큰 이유는 상위권 대학에 중산층 학생들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최상위권과 상위권 대학의 경우 중산층 학생이 저소득층 학생보다 3배 정도 많다. 결국 졸업생의 상위 소득 진입은 상위권 대학에 어느 계층의 학생이 더 많이 오느냐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중상위권 국공립대학의 경우를 보면 분명해진다. 이들 대학의 학생 계층별 비율은 저소득층(20.5%)이 중산층(16.9%)보다 많다. 졸업생 중 상위 소득으로 진입한 저소득층 출신 졸업생은 4.7%로 상위권 사립대학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산층 출신은 5.2%로 줄어든다.

▶학벌프리미엄은 여전=우리나라에서 졸업 후 소득 수준은 학벌의 영향이 큰 편이다. 취업한 졸업생들의 월 평균 소득의 경우,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의 평균 소득을 100만원으로 보았을 때, 상위권 대학은 91만원, 서울의 중상위권 사립대학은 80만원 선이다. 대학별 서열이 견고한 우리 사회에서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졸업 후 소득 수준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물론 조사대상 기간(2006~2016년) 중 학벌 프리미엄이 과거보다 추세적으로 약간씩 주는 경향은 보인다. 하지만 최상위권과 상위권 대학의 영향력은 여전히 큰 편이다. 결국 사회이동이 원활한 사회로 만드는 관건은 상위권 이상 대학이 얼마나 다양한 소득 계층의 학생들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AGENDA 2] 전문대 가능성과 4년제대 과제

학벌 프리미엄

학벌 프리미엄

이번 분석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전문대의 가능성’이다. 전문대 졸업생 중 저소득층 출신으로 상위소득자가 되는 데 성공하는 비율은 조사 기간 중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중 저소득층에서 상위 소득에 진입한 전문대 출신의 상향 이동률은 3.4%. 이는 중하위권 4년제 사립대(2.9%)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저소득층의 경우 중하위권 4년제 대학 졸업이 오히려 상위 소득으로 진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 4년제 대학의 평균적인 계층 상향 이동률은 3.6%로 나타난다. 이는 출신 대학이라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계층이동이 일어날 가능성만 단순 계산할 경우 나올 수 있는 평균(4%)보다 낮은 수치다. 상위권 이상 대학과 국공립대가 평균 수준보다 높은 데 비해 그 밖의 대부분 4년제 대학이 4% 미만이다. 특히 중하위권 4년제 대학의 경우는 2%대다. 중하위권 대학에는 저소득층 출신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전문대의 경우 오히려 계층 상향 이동률이 점점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생의 출신 계층이 아니더라도 교육과정 개혁을 통해 소득 계층의 상향 이동을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개요

이번 연구엔 한국고용정보원의 2005~2017년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GOMS)’를 활용했다. 대학은 사설 입시기관의 대학 배치표를 준용해 7개 그룹으로 나눴다. 최상위권(1~5위+포항공대·한국과학기술원·광주과학기술원), 상위권(6~20위) 등이다. 또한 전문대 그룹을 추가해 전문대의 사회이동 성적도 함께 측정했다.

대학평가원=양선희(원장), 최은혜·문상덕 기자

연구팀=최성수 연세대 교수, 이수빈 박사과정생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