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머리'는 해군사관학교 못간다? 전두환때 만든 법이 아직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28기 학사사관 해군·해병대 소위 임관식. 연합뉴스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28기 학사사관 해군·해병대 소위 임관식. 연합뉴스

머리털이 많이 빠지거나 여드름이 난 경우 해군사관학교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15일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제89기 해군사관생도 모집 요강 신체검진 항목 중 ‘탈모증’이 불합격 기준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주요 불합격 기준에는 아토피성 피부염·여드름·백반증·백색증·문신·자해 흔적 등이 있었다.

해사 입시 신체검사 전형은 ‘해군 건강관리규정’을 기준으로 한다. 이 규정에 따르면 탈모 범위가 20% 이상~30% 미만이면 3급을, 30% 이상~50% 미만인 경우 4급, 50% 이상으로 2회 이상 재발하거나 범발성 탈모증 진단을 받은 경우 5급을 부여한다.

이 규정이 의거한 ‘군인사법 시행규칙’도 탈모증을 심신 장애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범발성 탈모증은 7급, 탈모 범위가 50% 이상으로 최근 1년 이내 6개월 이상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악화한 경우에는 9급 판정을 받게 된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탈모증은 미용상의 문제가 대부분으로 업무수행 지장 및 전염성이 있지 않은 질환이다. 이 같은 질환으로 불합격 처리되면 수험생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탈모로 인한 대머리의 경우 개인의 선택으로 좌우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에 해당하는 신체적 조건”이라며 대머리라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건 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박 의원은 “군인사법에 시대착오적 장애사유가 수두룩하다”며 “더 이상 시대착오적인 낡은 규정으로 피해 보는 군 장병들이 없도록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대대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1982년 전두환 정권하에서 제정된 군인사법 시행규칙은 지금까지 50차례 이상의 부분 개정을 거쳤다.

이 같은 지적에 해군은 같은 날 “해군건강관리규정에 따르면, 불합격의 기준은 ‘남성형 탈모’가 아니고 각종 질환에 의한 ‘탈모증’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