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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발전 딜레마, 첨단기술로 ‘윈윈’ 대안 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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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한국전력. [연합뉴스]

한국전력. [연합뉴스]

해외 석탄발전 사업에 국내 기업이 뛰어들 때 공기업이나 국책 금융기관의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잇따라 발의됐다. 여당 의원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 기후협약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관련 기업들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여당의원들 금지법안 잇단 발의 #통과되면 해외 사업 전면 중단 #협력사 일자리 2만 개 불안해질 듯 #“친환경 기술 발전소는 예외 둬야”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규제하는 법안은 모두 네 건이 계류 중이다. 우원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은 수은의 자금지원 대상에서 해외 석탄발전 투자와 관련 사업을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성환(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한국전력이 해외 사업을 할 때 석탄발전소의 건립·운영 등을 할 수 없게 했다. 이소영(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무역보험법 개정안과 민형배(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각각 무역보험공사와 산은의 해외 석탄발전 투자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이다. 만일 이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신규 사업을 못 하는 것은 물론이고 현재 사업을 진행 중이거나 이미 건설한 석탄발전의 운영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수출입은행 석탄화력발전 여신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국수출입은행 석탄화력발전 여신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석탄발전에서 탈피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다. 문제는 속도와 규제 방식이다. 해외 발전소 사업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이상 이어진다. 발전소를 완공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발전소의 운영과 유지 보수까지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한전이 추진 또는 건설 중인 해외 석탄발전 사업은 베트남(두 곳)과 인도네시아(한 곳) 등 모두 세 곳이다. 총 사업비는 82억 달러(약 9조4000억원)에 이른다. 베트남 사업 중 한 곳(응이손2)은 수은에서 6252억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이 중 2233억원을 집행했다. 인도네시아 사업(자바 9&10)은 산은에서 4740억원을 대출받기로 약정한 상태다.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그만두고 철수하면 국내 기업과 일자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석탄발전 수출사업에는 중소·중견 협력업체 500여 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고용한 인원은 2만1000명 이상이다. 두산중공업·삼성물산 등 대기업도 관련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국 석탄 부문 공적금융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요국 석탄 부문 공적금융 지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석탄발전 규제에서 첨단기술은 예외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첨단기술을 적용한 석탄발전에 대해 공적 기관의 금융지원을 허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한국은 최첨단 기술인 ‘초초임계압’ 발전설비만 수출하고 있다. 증기 압력과 온도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발전 효율을 높여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개도국은 비용 문제 등으로 상당 기간 석탄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우리가 시장을 포기할 경우 기술력에서 뒤진 중국이 인도네시아·베트남 등의 사업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이 금융지원을 중단하면 OECD 규약의 준수 의무가 없는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개발도상국의 환경 위험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석탄발전 사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친환경적 발전기술을 수출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국내 발전사와 진출 대상국에 모두 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남준·임성빈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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