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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TS 또 때리는데, 여당 의원 “중국 자부심 건들면 안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국 누리꾼들이 6·25 전쟁에서 한·미가 치른 희생을 기린 방탄소년단(BTS)을 공격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공개적으로 BTS에 감사를 표하고 나섰다.

환구시보, 한국 팬 반응 보도하며 #“중국 팬 필요없다” 자극적 제목 달아 #미 국무부 “BTS 노고에 감사” 엄호 #조슈아 웡 “중국 민족주의 우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14일 트위터에 “긍정적인 한·미 관계를 지지하기 위한 BTS의 노고에 감사한다. BTS는 밴 플리트상을 수상할 자격이 충분하며, 음악은 전세계를 하나로 만든다”고 올렸다.

BTS는 한·미 동맹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밴 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됐고, 리더 RM이 지난 7일 가상으로 열린 시상식 수상소감에서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는 해에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한·미)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중국 누리꾼들은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이라며 BTS를 맹폭했다. 이로 인해 삼성이 BTS 한정판 상품 판매를 중지하고 관련 광고를 내리는 등 기업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시상식이 열린 지 1주일이나 지난 이날 BTS에 감사 트윗을 올린 건 BTS를 사실상 엄호하려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실제 중국 누리꾼들의 도를 넘는 행동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중국이 대중에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를 고취시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또 지난 12일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이 이번 사태에 대해 “역사를 거울로 삼아 미래로 나아가자”고 하자, 미국에서도 동급의 국무부 대변인이 맞서 ‘참전’한 측면도 있다.

주한 미 대사관은 오테이거스 대변인이 트윗을 올린 지 13분만에 공식 계정에 이를 국문으로 번역해 올렸다. 한국 국민에 널리 알리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당에선 BTS가 중국의 민족적 자부심을 건드린 게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이들의 발언이 그 나라의 민족적 자부심이나 역사적 상처를 건드리면 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곤 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시민사회의 자정 작용에 맡기고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조용한 외교’를 펴는 게 상식”이라면서다.

해당 발언은 전날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정부와 여당이 중국의 BTS 비난에 침묵한다”고 한 걸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를 중국의 민족적 자부심과 연결시킨 건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적국으로 참전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한국인이 희생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BTS는 중국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참에 기회라도 잡은 듯 또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는 기사를 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4일 오전 “BTS 말은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한국 언론이 이번 사태를 “중국 매체가 여론을 선동한다”는 식으로 보도하자 한국 누리꾼이 이런 과격한 댓글을 달았고,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그간 중국이 보여온 전형적인 ‘힘으로 찍어누르기’ 행태가 문화 분야까지 확장되는 조짐에 국제적으로 우려가 일고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은 이날 트위터에 “BTS 사태의 이면에 걱정스러운 징후들이 있다. 중국에서 민족주의가 고취되는 동시에 중국과 다른 나라들 간 긴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올렸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김경희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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