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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보고 병 진단하는 '형상의학' 인기

중앙일보

입력

'생긴대로 병이 온다?'

환자의 얼굴만을 보고 병을 맞힌다면 사술(詐術)일까, 신기(神技)일까.

요즘 한의계에 바람이 일고 있는 형상(形象)의학의 요체는 사람의 겉모습에서 병이 생기므로 이를 진단의 한 방법으로 활용한다는 것.

예컨대 키는 어느 정도인지, 얼굴은 어떤 모양이고, 무슨 색깔을 띠고 있는지, 그리고 귀와 입은 어떻게 생겼는지 등 환자의 형색을 보고 질환을 알아맞히는 것이다.

형상의학의 역사는 짧다. 2000년 별세한 한의학자 지산(芝山)박인규 선생이 체계화해 이제 2대째 맥을 잇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에 공식 학회로 최근 받아들여졌지만 형상의학을 따르는 한의사들의 열기는 뜨겁다.

형상의학회장을 맡고 있는 아카데미한의원 조성태 원장은 "상.중.고급반으로 나뉘어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는데 이곳을 거쳐간 한의사가 7백여명이며, 회원도 3백여명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형색으로 본 다섯 가지 유형

동양의학은 오행(五行)에 근거한다. 목.화.토.금.수라는 다섯가지 사물과 이에 따른 생리.병리 현상을 추론한 것이 바로 한의학의 오행설.

형상의학은 이 오행설을 바탕으로 인체를 목체(木體).화체(火體).토체(土體).금체(金體).수체(水體)로 분류한다. 체질별로 장기(臟器)의 허실, 생김새와 성격, 병리현상이 다르다는 것.

예컨대 화체형은 성격이 불같이 급하다. 약속시간이 칼같고, 항상 무엇인가 해야 직성이 풀리지만 늘 마음이 편치 못해 가슴이 두근거린다. 소위 심화(心火)가 있어 불안초조하고, 불안정한 것이 특징이다. 생긴 모습은 입술이 얇고, 작으며 하관이 작고 뾰족하다.

반면 수체형은 성격이 냉정하고 몹시 차다. 맺고 끊음이 명확해 일처리에선 인정을 받지만 소화기관과 신장이 약해 쉬 피곤하고 허리가 아프다. 형색은 입이 발달해 물고기를 연상케하고, 얼굴색이 검으며 걸을 때 엉덩이를 약간씩 흔들며 걷는다.

◇약처방도 형색대로

한방에서 치료란 균형과 보완으로 설명한다.찬 것은 따뜻하게 하고, 열(熱)한 것은 식혀주며, 응어리가 맺히면 풀어주는 식이다. 따라서 치료는 혈이 부족하면 보혈(補血)약을, 기가 허하면 보기(補氣)약을 처방한다.

형상의학에선 이를 바탕으로 생긴대로 약을 쓴다. 예컨대 인삼은 피부색이 희고 비교적 뚱뚱한 체질에 좋은 효과를 낸다. 반대로 피부색이 검고 살이 없는 사람들은 인삼이 부작용을 나타내므로 다른 한약재와 혼합해 투여한다.

형색별 처방 역시 약재와 음식의 모양이 반영된다. 조원장은 "신장이 상하기 쉬운 수체형은 콩팥과 비슷한 오미자를 달여 먹고, 소의 콩팥 또는 밤이나 검정콩을 삶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금체형은 폐기를 보해야 하므로 귤껍질을 가루내거나 달여 먹고 호두.복숭아.살구씨 등이 어울린다는 것이다.

◇형색만의 진단과 처방은 위험하다?

형상의학은 한의학계에서조차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K한방병원장은 "형상의학은 망(望).문(問).문(聞).진(診), 즉 보고.묻고.듣고.진맥을 하는 네가지 진단법 중 하나일 뿐 보는 것만으로 질병을 추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형상만을 강조할 경우 한방의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학문 특성과 상치돼 관상학으로 빠질 우려도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소진백 한의원장은 "오랜 기간 질병에 시달리다 보면 피부색은 물론 표정.얼굴 모양.체형의 변화가 오기 때문에 형상의학은 확실히 진단적 가치가 있다"며 "이를 보완하고, 체계화하면 훌륭한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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