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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 수단 '해외출장' 막히자···집콕에 자산가들 이혼 급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 이혼(Covidivorce)'

주요 외도 수단 '해외 출장' 봉쇄 #불황에 합의금 줄일 기회 포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이혼을 합친 신조어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유럽에서 이혼이 늘고 있는 현상을 일컫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특히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혼이 늘면서 전문 변호사들과 로펌이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혼 상담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혼 상담건수가 증가하고 있다. [픽사베이]

미국의 온라인 법률서비스 업체인 리걸 템플릿(Legal Templates)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이후 이혼 법률대리인 신청이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국의 로펌 스토위(Stowe)도 이혼 상담 건수가 41% 늘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 뉴욕에서 이혼 전문 변호사로 일하는 낸시 쳄터브는 “업계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펀드 매니저·변호사부터 기업 대표, 연예인까지 고액자산가 부부의 이혼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챔터브에 따르면 이들 부부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갈등을 겪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해 평소 사이좋은 척 포장한 ‘쇼윈도 부부’로 결혼생활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19 봉쇄령에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더는 버티기 어려워졌다.

실제 미국 팝스타인 켈리 클락슨 등은 코로나19 이후 남편과 자택에서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이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클락슨은 “그동안의 내 인생은 쓰레기 같았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달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팝스타 켈리 클락슨(오른쪽)은 지난 6월 남편 브랜든 블랙스톡(왼쪽)과 합의 이혼했다. [AP=연합뉴스]

미국 팝스타 켈리 클락슨(오른쪽)은 지난 6월 남편 브랜든 블랙스톡(왼쪽)과 합의 이혼했다. [AP=연합뉴스]

여기에 배우자에 외도 사실이 들통나는 경우도 잦아졌다고 한다. 영국계 다국적 로펌 위더스월드와이드(WithersWorldWide)의 이혼 전문변호사인 샤론 서는 “자산가들은 주로 해외 출장을 핑계로 불륜 상대방과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금지되고, 배우자와 한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외도가 발각될 여지도 늘었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계산도 한몫했다. 코로나19 이후 자산 가치가 급등락하자 이혼합의금 액수를 낮출 기회로 활용하는 자산가들도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 챔터브에 따르면 이혼 소송을 제기한 상당수가 경제권을 가진 쪽이었다. 통상 재산분할과 배우자 합의금은 이혼 신청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2020년 부부 갈등을 소재로 다룬 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JTBC]

2020년 부부 갈등을 소재로 다룬 JTBC드라마 '부부의 세계'.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JTBC]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영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영국 런던 로우러스 로(Laurus Law)의 변호사 윌리어엄 호그는 “최근 이혼한 부부의 경우 거주하던 집 시세가 28만 파운드에서 19만 파운드로 하락하면서 재산 분할 액수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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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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