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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라임·옵티머스 철저 수사하고 은폐 여부 감찰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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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라임·옵티머스 펀드 관계자들이 청와대와 여당 인사들에게 로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단서를 포착하고도 수사는 물론이고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악취가 새어나오는 것을 다 막을 수는 없다.

로비 정황 법정진술, 자료 나왔는데 #검찰, 수사 확대는커녕 보고도 누락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인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지난 8일 공판에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강기정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서 쇼핑백에 5000만원을 넣어 줬다”고 진술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씨는 정·관계 로비를 위해 김씨가 영입한 인물이다. 김씨는 지난 4월부터 같은 진술을 검찰에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이씨에게 돈이 든 쇼핑백을 전달하는 모습이 담긴 호텔 CCTV 영상도 확보했다. 그러나 이씨가 부인하자 더 이상 수사하지 않았다.

물론 이씨가 중간에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강 전 수석도 돈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씨의 횡령 여부라도 밝혀야 하는 게 수사 상식이다. 그러나 서울남부지검은 이씨를 기소한 뒤 이에 대해 함구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조차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한다. 보고하면 추가 수사 지시가 내려올까 봐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옵티머스의 경우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검찰이 지난 6월 입수했다. 청와대 5명을 포함해 로비 대상 20명의 실명이 적혀 있다고 한다. 펀드 관계자들로부터 여권 인사들이 수익자로 참여했다는 문건도 제출받았다. 그런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수사 확대는커녕 보고도 하지 않았다. 펀드 관계자들이 “금감원 국장 등에게 로비했다”고 진술한 내용은 정식 조서에서 빠져 있다.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수준을 넘어 고의로 은폐하는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라임은 피해자 4000여 명에 피해액이 1조원이 넘는다. 옵티머스도 1000명 넘는 피해자의 돈 5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대규모 펀드 사기범들로부터 로비를 받고 사건화를 막거나 조사를 방해했다면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그런데 이를 적극 수사하려는 검사들은 모두 쫓겨나고, 그 자리를 고분고분한 검사들로 채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부터 후임 추미애 장관, 그리고 여당 의원들이 틈만 나면 검찰 개혁을 부르짖은 이유는 결국 검찰의 비리 수사가 자신들을 겨냥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한 것이었나.

과거 정권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지금 수사를 회피한다고 해서 영원히 덮이는 것은 아니다. 증언과 폭로, 특검과 재수사 등을 통해 결국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검찰은 불행한 사태를 다시 되풀이하지 말고, 지금 나온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또 진술을 누락하고, 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검사들을 감찰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