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을 내음

중앙일보

입력 2020.10.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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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가을이 깊어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요즘 ‘가을 내음’이라는 제목의 글이 점점 늘고 있다. ‘가을 내음’이란 말에서는 어딘지 가을의 정취가 배어 나온다. 만약 ‘가을 내음’을 ‘가을 냄새’라고 하면 어떨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에이, 그럼 맛이 안 나지”라고 할 것이다.

과거에는 ‘내음’이 경상도 방언으로 취급돼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래서 일반 글에서는 ‘내음’ 대신 ‘냄새’라는 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내음’에는 ‘냄새’가 갖지 못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시 등 문학작품에서는 이전부터 계속해 사용돼 왔다. 그래서 이를 ‘시적 허용’이라고 했다. 그러다 2011년 마침내 국립국어원이 ‘내음’을 표준어로 인정함으로써 지금은 일반 글에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내음’과 ‘냄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전은 ‘내음’을 코로 맡을 수 있는 나쁘지 않거나 향기로운 기운이며, 주로 문학적 표현에 쓰인다고 풀이해 놓았다. 그러니까 ‘바다 내음’ ‘흙 내음’ ‘시골 내음’ ‘고향 내음’ 등처럼 어떤 정서나 정취가 풍기는 표현으로 잘 어울린다.

반면에 ‘냄새’는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을 가리킨다. 즉 ‘냄새’는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현상 이상을 나타내지는 못한다. 따라서 ‘가을 내음’에는 ‘가을 냄새’가 담을 수 없는 가을의 독특한 향기나 분위기, 정서, 정취가 모두 스며 있는 것이다.

‘내음’과 함께 복수표준어로 인정된 것 가운데는 ‘나래(날개)’ ‘짜장면(자장면)’ ‘손주(손자)’ ‘복숭아뼈(복사뼈)’ ‘메꾸다(메우다)’ 등이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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