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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옆집 공사로 벽 균열, 위자료도 받을 수 있을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유정의 알면 보이는 건설분쟁(12)

옆집 주택공사가 진행되면서 박씨의 주택 외벽 벽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주방 타일에까지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박 씨는 여러 차례 시공사에게 항의했지만 현장소장은 주의를 하겠다고만 합니다. [사진 pxhere]

옆집 주택공사가 진행되면서 박씨의 주택 외벽 벽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주방 타일에까지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박 씨는 여러 차례 시공사에게 항의했지만 현장소장은 주의를 하겠다고만 합니다. [사진 pxhere]

박미정씨는 약 10년 전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주택을 신축해 거주해왔습니다. 박 씨가 어느날 마당에서 살구나무·소나무를 가꾸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건설회사의 대표와 직원이었습니다. 박 씨 집 우측에 있는 다가구 주택을 철거하고 신축공사를 할 예정이라고 하면서 명함을 주었습니다. 건설회사 대표는  박 씨 집과 다가구 주택 사이에 있는 담을 철거하고, 건물을 완공한 후 다시 그대로 축조하겠다고 했습니다.

건설회사 대표는 소음이나 분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신경을 쓰겠다고 하면서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습니다. 박 씨는 한 동안 마당에서 소음이 들리겠거니 하면서 가지치기를 끝냈습니다.

지하층 터파기 공사가 시작된 날로부터 약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주택의 바닥 부분에 금이 가고 일부 지형이 꺼졌습니다. 피해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씨의 주택 외벽 벽돌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주방 타일에까지 균열이 일어났습니다. 박 씨는 여러 차례 시공사에게 항의했지만 현장소장은 주의를 하겠다고만 하고,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공사가 완공될 즈음 담장 옆에 심은 살구나무마저 고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박씨는 어찌하면 좋은지 문의해왔습니다.

옆집 공사로 균열, 수목 고사

주변 신축 공사로 인해 물적·정신적 손해를 입는 일은 공사현장에서 자주 일어납니다. 건축주와 시공사, 인접 건물 소유주 사이에서 감정이 격해져 극한 분쟁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사실 건축 공사에서 소음·분진 등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 정도를 기술적으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그리고 주변인과 원활히 소통해 분쟁을 어떻게 조율해나갈 것인지가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실제 공사를 이행하는 시공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공사 도중의 불법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손해를 가했다면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합니다. 도급인, 즉 건축주는 시공사가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습니다. 그러나 건축주도 도급 또는 지시와 관련해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을 져야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1항). 그리고 수급인(시공사)은 하수급인(하청업자)이 고의 또는 과실로 하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하수급인과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건설산업기본법 제44조 제3항).

건축주와 시공사 상대 소송 제기

법원은 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고 있지만, 재산적 손해만으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있는 특별한 경우에는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진 pixabay]

법원은 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고 있지만, 재산적 손해만으로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있는 특별한 경우에는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사진 pixabay]

박미정 씨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법적 대응을 준비해 전문적으로 건설감정을 하는 회사를 통해 손해발생의 원인, 손해액을 파악했습니다. 박씨는 그러한 대응 과정에서 여러 차례 건축주 와 시공사에게 보수 청구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그런데 건축주와 시공사는 전혀 대응을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결국 박 씨는 건물·예금채권 가압류 신청을 한 뒤 건축주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상대방은 옆집의 시공행위로 인해 박씨의 건물에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던 균열이라는 취지로 다투었습니다. 박 씨는 문제가 발생했을 당시 사진을 찍어두었고, 미리 감정을 준비하였기에 이런 건설사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박 씨는 바닥이 침하된 내용, 균열 등의 하자가 발생된 것에 관한 보수비용을 감정했습니다. 정신적 피해 보상은 박 씨가 옆집의 신축공사로 수개월 동안 받게 된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죠?

법원은 재산권이 침해되는 경우 재산적 손해의 배상으로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재산적 손해만으로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이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자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위자료 청구가 인용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사례에서는 시공사가 낙하물에 대비한 안전망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해 공사장에서 돌이 떨어져 주택의 유리창이 깨졌고, 지하굴착공사로 주택의 지반이 일부 붕괴해 담장이 넘어지고 건물벽에 균열이 생겼으며, 공사 중인 5층 옥탑이 무너져 그 벽돌 등이 주택을 덮쳤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재산상 손해 외에 일상생활의 안온상태가 파괴되고 언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보았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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