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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본인들은 군대 간다는데…정치권 'BTS 병역 구하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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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BTS)의 병역 문제가 다시 예열되고 있다.
한동안 수면 아래 있던 이 문제를 끄집어 올린 건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다. 그는 6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BTS의 활동이 중단되면 국위선양할 수 없다”며 “3자 입장에서 국익에 어떤 게 더 도움이 되느냐 그런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와 비교하며 “군 복무를 하면서도 국위선양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가 병역특례제도”라고도 강조했다. 손흥민은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특례 혜택을 받았다. 기초군사훈련과 544시간 봉사활동을 이수하면 병역 의무를 마친다.
노 최고위원은 5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BTS는 빌보드 1위로 1조7000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를 냈고, 한류 전파와 국위 선양의 가치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며 “BTS의 병역특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 "BTS 병역 특혜 검토해야" #"운동선수나 클래식 되는데 가수는 왜 안 되나?" #"BTS는 병역 이수한다는데 정치권이 왜?" 불만도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정치권의 BTS 병역 구하기 
정치권이 BTS의 병역 문제를 꺼내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삽은 하태경 국민의힘(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이 떴다. 그는 2018년 7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병역특례를 주는 국제대회 리스트를 살펴보니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바이올린·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 지금 눈높이에 맞게 개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순수예술 쪽만 병역특례를 주고 대중예술은 안 주는 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거 같다”고 재차 언급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지난달 3일엔 전용기 민주당 의원이 BTS의 병역 연기에 힘을 싣는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해 추천한 사람에게 입영을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전 의원은 “대중문화예술은 병역 이행시기인 20대에 가장 높은 성과를 보임에 따라 시기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젊은 청년들의 기회 박탈뿐 아니라 국가 이미지 제고의 관점에서도 불합리한 면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가요계, "아이돌도 체육인과 같은 기준 원해" 
사실 가요계에서는 이전부터 병역 특례 혹은 연기에 대한 요청을 꾸준히 해왔다.
화려한 군무 등 댄스를 기반으로 하는 K팝의 특성상 활동 시기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체육인 못지않게 아이돌 그룹 역시 활동을 왕성하게 할 수 있는 적령기가 있다”며 “현빈이나 공유 같은 연기자는 2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이나 비슷한 역할을 맡지만, 아이돌은 그렇지 않다. 특별 대우가 아니라 우리도 국위 선양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체육인처럼 올림픽 성적 같은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 공평하게 적용해주면 좋겠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도 몇 차례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이 2012년 12월 6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에서 만기전역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배우 현빈(본명 김태평)이 2012년 12월 6일 오전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해병대사령부에서 만기전역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룹 하이라이트 리더 윤두준이 4월 10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고 10일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연합뉴스]

그룹 하이라이트 리더 윤두준이 4월 10일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고 10일 소속사 어라운드어스 엔터테인먼트가 밝혔다. [연합뉴스]

실제로 2PM, 빅뱅, 하이라이트 등 한때 인기 정상을 달리던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입대 전후 활동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 멤버의 일탈 행위도 영향을 줬지만, 군대가 커다란 분기점이 된다는 게 기획사 측의 주장이다.

"정치인, BTS 특수 노리나" 불만도 
BTS에 대한 국민적 열광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BTS 병역 특혜 시도에 대해선 곱지 않은 시선이 많다. 정작 BTS 측은 요청한 적이 없는데 이들의 높은 인기에 편승해 ‘정치적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BTS의 병역 문제를 꺼내들 때마다 해당 정치인의 언급량이 급증하기도 했다.
BTS 팬클럽 ‘아미’ 측은 2018년 병역 특혜를 주장한 정치인의 페이스북에 “BTS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아미는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 등의 댓글을 달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BTS 멤버들 역시 수차례에 걸쳐 “병역을 이수하겠다”고 강조해왔다.

또 5일과 6일이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 기간이었다는 점에서 노웅래 최고위원의 발언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BTS의 군대 문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주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며 “민감한 시기에 여당 고위관계자가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종철 후보가 지난달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목동방송센터에서 열린 정의당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종철 후보가 지난달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SBS목동방송센터에서 열린 정의당 당대표 후보자 TV토론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에서도 다른 목소리는 있다. 정의당 김종철 당 대표 후보는 “BTS의 팬인 ‘아미’ 일원으로서 노웅래 의원 제안에 반대한다”며 “멤버 본인들이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이미 수차례 밝혔고, 다른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가 크게 제기돼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정치권에서 연예인을 끌어들이는 데 대한 피로감도 있다.
지난달 30일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방영된 후 정치권에서는 나훈아의 발언을 놓고 설전이 이어졌다. 야권은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못 봤다”는 나훈아의 발언을 인용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했고, 여권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맞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2일 SNS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 격려 메시지를 내자 소셜미디어(SNS) 상에 올라온 간호사 단체의 글. [인스타그램 캡쳐]

2일 문재인 대통령이 간호사 격려 메시지를 내자 소셜미디어(SNS) 상에 올라온 간호사 단체의 글. [인스타그램 캡쳐]

또 지난달 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의사 파업 중 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를 격려하며 가수 아이유가 아이스 조끼를 간호사들에게 기부했다는 사실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당시 아이유 팬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이 의사와 간호사를 편가르기 하면서 아이유의 선행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는 난색, "국민 공감대 필요"
한편 해당 소관 부서인 국방부에선 BTS의 병역 혜택 논란이 또 나온 것에 대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예술ㆍ체육요원 대체복무 제도를 유지하되 대중문화 예술인은 포함하지 않는 ‘병역 대체복무 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당시 정부는 ‘병역의무 이행 공정성ㆍ형평성 등을 고려해 대중문화 예술인을 대상에서 뺐다’고 밝혔다.

현장풀)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현장풀) 서욱 국방부 장관이 9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긴급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그런데 이 문제가 여당에서 재차 제기되자 곤란한 상황이 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우수한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는 국민적 공감대가 선행돼야 할 사항으로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특히 20대 남성층에선 병역에 대한 공정성이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건드렸다간 그 파장이 걷잡을 수 없다는 우려도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출생률 감소로 안 그래도 병역 자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특혜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위 선양과 경제적 파급효과로 병역 혜택을 준다면  삼성전자나 현대차 직원들도 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BTS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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