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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 예쁜 카페 왜 이리 많지? 문경새재 즐기는 또다른 맛

중앙일보

입력

문경 이색 카페 4

문경새재가 문경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문경에는 커피 맛 좋고 전망이 빼어날 뿐더러 독특한 사연을 가진 카페가 많다. 백두대간 백화산이 훤히 보이는 카페 피코.

문경새재가 문경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문경에는 커피 맛 좋고 전망이 빼어날 뿐더러 독특한 사연을 가진 카페가 많다. 백두대간 백화산이 훤히 보이는 카페 피코.

경북 문경을 가면 할 게 많다. 새재 옛길을 걷고 새로 생긴 단산 모노레일도 타봐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할 게 더 있다. 바로 카페 순례다. 백두대간 산골에 들어앉은 문경에는 의외로 개성 넘치는 카페가 많다. 느긋하게 문경의 풍광을 감상하며 특별한 추억까지 남길 수 있는 이색 카페 4곳을 소개한다.

①상큼한 밀크티 - 카페 가은역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수명을 다한 가은역이 카페로 재탄생했다. 1950년대에 지은 역사는 '레트로 여행' 컨셉트로 제격이다.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수명을 다한 가은역이 카페로 재탄생했다. 1950년대에 지은 역사는 '레트로 여행' 컨셉트로 제격이다.

가은역은 1995년 운행이 중단된 가은선의 종착역이다. 가은읍 은성탄광에서 캔 석탄을 실어나른 역이었다. 방치된 폐역이 변화를 맞은 건 2018년이다. 주민이 힘을 합쳐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를 결성해 가은역을 카페로 개조하겠다고 나섰다. 한국관광공사와 문경시의 도움을 받아 역사를 단장했고 문경 특산물을 활용해 메뉴를 개발했다. 카페 가은역이 문경의 새 명소로 부상하자 주변 상권도 살아났다.

카페 가은역의 대표 메뉴는 사과 밀크티다. 홍차 특유의 떫은맛이 안 나고 단맛은 과하지 않았다. 상큼한 향이 도드라졌다. 비결은 최상급 문경 사과였다. 김은하 매니저는 “사과 시럽과 밝힐 수 없는 비밀 재료를 넣었다”고 말했다. 사과 모히토, 사과 라테도 인기 메뉴다. 디저트 중에는 쌀과 아몬드 가루, 문경 꿀을 넣어 만든 마들렌 맛이 준수했다.

카페 가은역 내부는 아늑한 옛 역사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밀크티와 마들렌이 대표 메뉴다.

카페 가은역 내부는 아늑한 옛 역사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밀크티와 마들렌이 대표 메뉴다.

②도자기 빚고 드립커피 한 잔 - 카페 장춘도예

카페 장춘도예에서 마신 핸드드립 커피. 이웃 주민이 말렸다는 곶감과 궁합이 좋았다.

카페 장춘도예에서 마신 핸드드립 커피. 이웃 주민이 말렸다는 곶감과 궁합이 좋았다.

문경 남쪽 산양면은 평야 지대다. 넉넉한 들판 한편에 ‘카페 장춘도예’가 있다. 도예가 장동수씨가 아내와 함께 3년에 걸쳐 지은 작업실 겸 카페다. 염소가 풀 뜯고 열대식물이 자라는 마당 풍경은 평화롭고, 도자기와 고가구로 내부를 꾸민 카페는 예술가 아지트 같다.

장춘도예는 ‘도자기 클래스’를 진행한다. 두 명 이상이면 청화백자, 물레 체험 등을 신청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들면 가마에서 구워 집으로 보내준다. 체험객에게는 보이차나 커피를 준다. 장춘도예는 커피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원두를 직접 볶고 핸드 드립 커피만 고집한다. 뚜껑 있는 찻잔 ‘개완’에 담겨 나온 커피를 마셔봤다. 차처럼 천천히 마시니 커피 향이 더 깊고 진하게 느껴졌다. 장씨는 “여기까지 오신 손님에게 바쁘게 기계로 뽑은 커피를 내줄 순 없지 않냐?”고 말했다.

카페 장춘도예에서는 도자기 클래스도 진행한다. 체험객이 만든 도자기는 구워서 보내준다.

카페 장춘도예에서는 도자기 클래스도 진행한다. 체험객이 만든 도자기는 구워서 보내준다.

③막걸리 양조장의 변신 - 산양정행소

양조장 건물을 개조한 카페 산양정행소. 이곳이 양조장이었다는 걸 알리자는 취지에서 막걸리 빵을 만들었다.

양조장 건물을 개조한 카페 산양정행소. 이곳이 양조장이었다는 걸 알리자는 취지에서 막걸리 빵을 만들었다.

산양면에는 최근 SNS를 뜨겁게 달군 카페가 있다. 200년 묵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 ‘화수헌'이다. 경상북도 도시청년시골파견제에 응모한 청년 기업 ‘리플레이스’의 사업인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리플레이스는 올 4월 산양면의 막걸리 양조장을 개조해 카페 ‘산양정행소'도 오픈했다. 화수헌이 카페와 숙소를 겸한 공간이라면, 산양정행소는 여행안내소 기능을 더한 카페다. ‘정행(征行)’이 여행을 뜻한다.

산양정행소는 건물부터 눈길을 끈다. 1944년에 지은 양조장 골격을 고스란히 살렸다. 지역 먹거리를 활용한 메뉴가 다채롭다. 막걸리 식빵과 타르트, 쌀 라테 같은 메뉴가 대표적이다. 카페에서는 지역 예술가가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자전거와 개량한복도 빌려준다. 배다희 팀장은 “주변 식당 제휴, 스탬프 투어 등 콘텐트를 점차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양정행소는 마을 여행안내소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역 예술가가 만든 기념품도 판다.

산양정행소는 마을 여행안내소 역할까지 맡고 있다. 지역 예술가가 만든 기념품도 판다.

④백두대간 전망 맛집 - 피코

카페 피코에서는 얇은 창으로 주흘산 관봉도 보인다.

카페 피코에서는 얇은 창으로 주흘산 관봉도 보인다.

문경새재 도립 공원 어귀, 낮은 언덕에 이국적인 건물 한 채가 들어서 있다. 피코(Pico). 스페인어로 봉우리란 뜻의 카페다. 카페 2층에서 해발 1000m가 넘는 백화산과 주흘산 관봉(꼬깔봉)이 보인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주재훈 대표가 꼬깔봉을 본떠 카페 로고를 만들었다.

피코도 지역과 상생에 힘쓴다. 문경읍에 사는 바리스타가 볶은 커피를 가져다 쓰고, 지역 예술가 작품을 전시한다. 주재훈 대표는 ‘달빛탐사대’를 기획하기도 했다. 주 대표는 “문경 정착을 원하는 청년을 돕는 프로젝트”라며 “카페 2층을 강연, 전시 등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코 옆에 한옥 레스토랑 ‘파밀리아’가 있다. 주 대표가 피코에 앞서 차린 식당이다. 피자, 파스타 맛으로 문경에서 소문났다. 파밀리아도 문경 사과를 비롯한 지역 식재료를 쓴다.

카페 피코 주재훈 대표는 문경에 정착을 원하는 청년을 돕고 있다. 카페 2층은 강연,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카페 피코 주재훈 대표는 문경에 정착을 원하는 청년을 돕고 있다. 카페 2층은 강연, 전시 공간으로도 활용한다.

문경=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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