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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해 쓰러졌다 신고받고 출동했더니 폭행 휘둘러"

중앙일보

입력

구급대원 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구급대원 폭행 이미지 [중앙포토]

#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50분쯤 119로 "어떤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리며 길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들은 신고가 접수된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주민센터 앞으로 출동해 길에 쓰러져 있는 A씨(60)를 살펴봤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응급치료를 위해 구급대원이 다가가자 A씨는 갑자기 욕을 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가격당한 구급대원은 입 안에 피가 나는 등 피해를 입었다.

# 구급대원 B씨(37·소방교)는 지난달 14일 오후 9시 30분쯤 "남성이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고 경기도 오산시의 한 식당으로 출동했다가 폭행을 당했다. B씨가 "괜찮냐?.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자 남성이 B씨를 때렸다. 이 남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다른 소방대원도 어깨 밀침 등의 폭행을 당했다.

9월 중순에만 소방관 폭행 34건 발생 

취객 등에 의해 구급대원이 폭행당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4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도내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2017년 34건, 2018년 46건, 2019년 47건 등 3년간 총 127건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15일까지 34건의 폭행사건이 발생하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대부분 야간 시간대 취객으로 인한 폭행"이라며 "다들 술에서 깨면 '기억이 안 난다', '봐 달라'고 사정한다"고 말했다.

구급차 내부 기물 파손하는 남성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구급차 내부 기물 파손하는 남성 [사진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이에 소방청은 지난 1월부터 '소방공무원 현장 소방활동 안전관리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전국 소방서에 '현장 안전점검관'을 3명씩 상설 배치할 것과 소방관 사고 발생 시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2인 1조로 '신속동료구조팀'을 구성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무조항은 아니다. 일부 지역은 2인 1조로 '신속동료구조팀'을 구성해도 소방관 부상을 막을 수 없다고 보고 3인 1조로 구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는 구급대원 폭행 수사 전담팀 신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아예 구급대원 폭행 수사 전담팀인 '안전질서팀'을 신설했다. 지난 7월부터 정식 수사업무에 돌입해 현재 10건의 구급대원 폭행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 등 소방활동 방해 사건을 본부 차원에서 직접 수사를 강화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는 일선 소방서에서 매해 평균 1~3건을 자체적으로 처리해왔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수사 중인 10개 사건 중 지난 7월 11일 고양시에서 발생한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하고 내부 기물을 파손한 환자와 같은 달 19일 평택에서 구급대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하고 얼굴에 침을 뱉은 20대 사건 등 5건을 소방기본법 위반(소방활동방해죄) 등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나머지 5건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이다.

서승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생활안전담당관은 "폭행 사범에 대한 본부의 직접수사와 초동대응절차 지휘로 내실 있는 수사 진행은 물론 일선 소방서의 업무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소방공무원 폭행과 소방활동 방해 사범은 중대범죄이므로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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