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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보고관 "김정은 통지문 사과 아냐, 생명경시 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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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인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건에 대한 북한의 통지문은 사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유린 책임은 더 높은 권력자에게" #"한국, 북에 투명한 공개 요구해야"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은 중요한 몸짓이지만 사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병사가 지시나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퀸타나 보고관은 북한이 피해자의 시신을 불에 태웠거나 유실했다면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북 의사와 관계없이 민간인을 구조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검사를 하고 망명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라는 취지다.

해양경찰은 30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이 피살한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해양경찰은 30일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이 피살한 어업지도원 이모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색하고 있다. [뉴스1]

앞서 북한 통일전선부는 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김정은 동지는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당시 피격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북한)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며 두발 공포를 쏘자 놀라 엎드리며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 경계 근무규정이 승인한 행동 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귀측(남한)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강한 어휘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남측 대응을 오히려 비난한 바 있다.

퀸타나 보고관은 이와 관련해 “이런 발언은 끔찍한 인권 유린의 책임이 총격을 가한 당사자뿐 아니라 북한의 더 높은 권력자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긴박한 위협이 없는데도 민간인을 자의로 살해하는 것은 세계인권선언에 저촉되고, 생명권에 관한 제네바협약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보상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도 “이번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북한에 요구하고 불법적인 살해를 초래한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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