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통합 유예 타결 의미]

중앙일보

입력

여야가 4일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1년 6개월 유예키로 합의함에 따라 통합이냐 분리냐를 놓고 빚어진 혼란의 수습 돌파구가열리게 됐다.

또 지역보험과 직장보험의 실제통합 여부는 현 정부에서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겨지게 됐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가 이날 새해 첫 회담에서 건강보험 재정통합을 1년6개월간 유예하기로 전격 합의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통합 문제가 표류함에 따라 발생하는 행정혼란 등 각종 비난 여론에 부담을 느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민주당은 `최대한 1년 유예'를, 한나라당은 `최소한 2년 유예'로 각각 맞서 팽팽한 대립을 지속했으나 이날 오전 민주당이 `1년6개월 유예' 카드를 제시,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극적인 타결이 이뤄졌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회담직후 "통합이 유예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건전화"라며 "담배부담금이 부과되지 않을 경우 월 500억원 이상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만큼 재정건전화를 위해선 합의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새해에는 국민이 국회에 대해 예측 가능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합의한 것"이라고 합의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말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한나라당이 건강보험 재정분리를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재정안을 강행처리하고도 본회의 처리를 미룸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과 관련한 행정상의 대혼란이 빚어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이 이러한 행정혼란에 대한 비판여론을 피하기 위해 상대당에 책임을 전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통합의 시행주체인 정부는 정책시행의 방향을 확정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다만 여야가 행정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말 건강보험 재정통합 시기를 일정기간 유예한다는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했으나 유예기간을 둘러싼 이견을 절충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특히 민주당은 "1년 이상 유예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통합이 무산된다"면서 `1년유예' 입장을 고수한 반면 한나라당은 "재정건전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2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절충에 실패했다.

그러나 새해 첫 총무협상에서 한나라당이 당초의 강경입장에서 선회, 민주당이 제안한 `1년반 유예'라는 수정안을 수용함에 따라 건보재정 통합문제를 둘러싼 혼란은 가까스로 수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건강보험 재정문제와 관련한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열린 여야 총무협상은 불과 20여분만에 끝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초 이상수 총무는 회담에 앞서 이재오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1년반 유예'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측에서 "일단 두고보자"는 유보적 태도를 보여 이날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판단이었다.

하지만 회담을 마친 두 총무는 "건강보험 문제로 국민이 불편을 겪도록 해서는 안된다"(이상수 총무), "국회가 국민에게 예측가능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이재오 총무)는 말로 `전격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건강보험 재정통합 유예가 합의되고 담배부담금을 신설해 그로인해 조성되는 재원을 건강보험 재정에 투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지난해 `재정파탄' 논란을 겪어온 건보의 재정위기는 극복의 단초를 마련하게 됐다.

다만 담배부담금의 규모나 `1년반 유예' 합의안이 지난 1일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관련법 개정안의 발효시점부터 1년6개월간 유예하는 것인지 등 실무적인 문제에 대해선 국회 보건복지위 차원에서 확정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이강원 김범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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