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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이, '폼페이오 견제 방한' 하나…미·중 각축장 되는 한반도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 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AP·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마이크 폼 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AP·신화=연합뉴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이르면 10월 방한하는 일정을 외교 당국이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구체적인 시기는 특정하지는 않으면서도 왕 부장이 조만간 방한할 것이라는 언론보도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美대통령 군축특사 이어 폼페이오·왕이 방한 거론 #미 대선 앞두고 미·중 '빅피쉬' 잇따라 방한 행렬

공교롭게도 10월 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이에 앞서 먀살 빌링슬리 미 국무부 군비통제 대통령 특사는 27일부터 방한해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빌링슬리 특사는 중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참여를 요구하며 군축을 압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여기에 폼페이오 장관에 이어 왕 부장까지 서울을 찾게 되면 한 달 새 미ㆍ중의 거물급 당국자들이 한반도를 줄줄이 들르는 모양새가 된다. 한반도가 미·중 경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7~28일 한국을 방문한 마샬 빌링슬리 미 국무부 군비통제 대통령 특사(왼쪽)가 28일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면담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미는 NPT를 포함한 국제 군축·비확산 체제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미간 군축·비확산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27~28일 한국을 방문한 마샬 빌링슬리 미 국무부 군비통제 대통령 특사(왼쪽)가 28일 함상욱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과 면담하고 있다. 외교부는 "한·미는 NPT를 포함한 국제 군축·비확산 체제 주요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한·미간 군축·비확산 분야 협력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제공]

왕 부장의 방한이 확정되면 지난해 12월 4~5일 공식 방한 이후 1년이 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한국을 찾게 된다. 왕 부장은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현재 국제 정세는 일방주의와 강권주의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앞서 8월 20~21일에는 양제츠(杨洁篪)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부산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나고 돌아갔다. 중국 외교 당국자 서열 1ㆍ2위가 잇따라 한국을 찾는 것이다.

시점도 묘하다. 미 대선(11월 3일)을 한 달여 앞두고 미ㆍ중 대립이 격화하면서 양측은 현재 전 세계를 상대로 우군 확보전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12월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방한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 예방에 앞서 생각에 잠겨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폼페이오 장관은 28일(현지시간)부터 그리스ㆍ이탈리아ㆍ크로아티아 등을 순방하며 반중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모두 유럽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들이다. 순방에 앞선 27일(현지시간)에는 옌스 스톨텐버그 나토 사무총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토 동맹의 단결”을 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음달 초순에는 일본 도쿄를 방문해 일본ㆍ호주ㆍ인도 등 4개국(쿼드) 외교장관과 회담할 것으로 관측된다. 명목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일본 총리 예방 성격이 크지만, 내친김에 동북아 반중 블럭 구축의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크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을 방문한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국가안전국장과 이같은 메시지를 조율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8일(현지시간)이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부터 30일까지 그리스·이탈리아·크로아티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순방한다.[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8일(현지시간)이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부터 30일까지 그리스·이탈리아·크로아티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을 순방한다.[AFP=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이 내달 도쿄에 이어 서울을 방문하게 되면 한국을 향한 반중 블럭 참여 압박의 수위도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적어도 노골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동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선 25일 아시아소사이어티 대니얼 러셀 부소장과의 화상 대담에서 미국의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구상인 ‘쿼드 플러스(4개국+한국, 베트남 등)’ 참여 의사에 관해 “한국은 어떤 방식이든 누군가를 완전히 차단하고 배제하는 방안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강 장관은 “구체적인 현안에 관해서는 (쿼드 국가들과)함께 논의할 수 있겠지만, 구조화된 동맹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는지 심각하게 고려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고도 했다. 중국을 배제한 집단동맹 체제에는 부정적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됐다.

미국이 동맹국 단속에 나섰다면, 중국은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체제에서 미국의 위상을 잠식해 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26일(현지시간) 유엔 경제사회국·유엔개발과 함께 ‘빈곤퇴치와 남남협력’에 관한 고위급 화상회의를 공동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WHO가 전염병과의 전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체제를 보호하고 세계무역기구(WTO)를 기반으로 하는 다자무역을 보호하자”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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