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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TV까지 꿰찬 문명특급 “90년대생이 만든 복고는 다르다”

중앙일보

입력

웹콘텐트 ‘문명특급’에 출연한 SS501. ‘숨듣명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사진 SBS]

웹콘텐트 ‘문명특급’에 출연한 SS501. ‘숨듣명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사진 SBS]

“나혼산? 여은파랑 붙어? 숨듣명 콘서트 시청률 50% 약속합니다.”
다음 달 2~3일 추석특집으로 TV에 진출하게 된 SBS 웹콘텐트 ‘문명특급’이 밝힌 포부다. 특히 금요일 오후 11시는 MBC ‘나 혼자 산다’와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등 쟁쟁한 프로그램들이 맞붙는 시간대지만 히트상품인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콘서트로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청률 50%는 “그만큼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이다.

인턴으로 입사 3년 만에 웹콘텐트 대박 #‘문명특급’ 이끈 재재·밍키·야니 인터뷰 #“우린 H.O.T. 아닌 동슈501로 추억여행, #무시받던 숨듣명 세대 묶는 공통분모 돼”

이들의 출사표가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사교양으로 시작한 ‘문명특급’은 현재 예능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숨듣명 총회를 통해 MBC ‘놀면 뭐하니?’보다 한발 앞서 비의 ‘깡’(2017) 열풍을 조명했고, 나르샤의 ‘삐리빠빠’(2010), 티아라의 ‘야야야’(2010), 유키스의 ‘시끄러!!’(2010),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2011) 등 2010년대 명곡을 차례로 소환했다.

내적 댄스를 부르는 리듬과 달리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한 가사 탓에 ‘숨듣명’ 가수가 돼버린 당사자들이 프로그램에 출연, 당시 콘셉트를 해명한 데 이어 함께 모여 콘서트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2018년 2월 SBS ‘스브스뉴스’의 한 코너로 출발해 지난해 7월 별도 유튜브 채널로 독립할 때만 해도 상상도 못한 일이다. ‘문명특급’ 은 1년 만에 구독자 80만명에 이르는 채널로 성장했다.

“‘나혼산’과 붙는다고? 시청률 50% 희망”

‘시끄러’ 합동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틴키스(틴탑+유키스). [사진 SBS]

‘시끄러’ 합동 공연을 위해 연습하는 틴키스(틴탑+유키스). [사진 SBS]

‘문명특급’을 이끄는 밍키(홍민지), 야니(김희연), 재재(이은재). 우상조 기자

‘문명특급’을 이끄는 밍키(홍민지), 야니(김희연), 재재(이은재). 우상조 기자

경기 일산 스튜디오와 서울 목동 사옥에서 두 차례에 걸쳐 만난 제작진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15년 스브스뉴스 인턴 동기로 입사한 이은재 PD와 홍민지 PD, 2018년 합류한 조연출 김희연 등 제작진 모두가 90년대생인 이들은 “숨듣명 콘서트를 해달라는 댓글은 많이 봤지만 우리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되다니”라며 감격에 겨워했다. 홍 PD는 “‘인기가요’ 팀을 비롯해 사내 인력이 총동원돼 도와준 덕분”이라며 “처음으로 방송국 인프라에 감탄했다”고 덧붙였다.

‘연반인(연예인+일반인) 재재’ 캐릭터로 종종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온 이 PD는 “우리로서는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할 수 있는 루트가 TV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TV 프로그램에서 유튜브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저쪽으로 건너가도 재밌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동안 유튜브 방영분을 TV에 재방송 형태로 편성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아예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경우는 없었잖아요. 콘서트는 큰 화면에서 빵빵한 음질로 즐기기에 더 적합한 콘텐트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준비과정은 유튜브로 보여줄 수 있으니 TV가 메인이 아니라 서브가 되는 셈이죠. 프로그램 모토인 ‘신문물을 전파하라’와도 잘 맞고.”(홍민지)

“코로나로 무관중 아쉬워 로봇 관객 초대”

지난 4월 개최한 ‘숨듣명’ 총회. [사진 SBS]

지난 4월 개최한 ‘숨듣명’ 총회. [사진 SBS]

유키스의 ‘만만하니’ 중 ‘여우 같은 걸’ 안무를 따라하는 ‘문명특급’ 제작진. 우상조 기자

유키스의 ‘만만하니’ 중 ‘여우 같은 걸’ 안무를 따라하는 ‘문명특급’ 제작진. 우상조 기자

이번 숨듣명 콘서트에선 티아라·SS501·나르샤·틴탑·유키스 등 2.5세대 아이돌이 주인공이다. H.O.T.로 대표되는 1세대, 빅뱅 등 2세대, 방탄소년단 등 3세대 아이돌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세대다. 홍 PD는 “K팝은 세대를 묶는 공통분모”라고 표현했다. “40~50대가 주축인 TV 프로그램에서는 90년대에 활동하던 H.O.T.나 핑클을 추억하잖아요. 하지만 저희 같은 90년대생에겐 학창시절을 함께 한 유키스와 틴탑이 추억여행의 대상이 되는 거죠.”

모든 그룹이 완전체로 모이진 못했지만, 그 역시 문명특급다운 방법으로 극복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춤을 익힌 이 PD는 전방위로 활약하며 멤버들의 빈자리를 메웠다. “공과 사를 분리하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편인데 이번엔 열흘간 금주하며 집에서도 춤 연습을 했다”고. 김PD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지 재재 언니의 춤과 노래 실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코로나19로 관중을 초대하지 못한 아쉬움은 로봇과 현수막으로 달랬다. 홍 PD는 “숨어서 보는 콘서트를 하기에 딱 좋은 폐건물까지 찾아놨는데 무관중으로 진행하게 됐다”며 “대신 가수들이 외롭지 않게 팬들이 보내준 문구로 현수막을 제작해 대기실까지 빼곡하게 채워 넣었다. 노래에 맞춰 반응하는 로봇도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5000만 국민 누가 나와도 괜찮은 프로”

인턴으로 입사해 ‘문명특급’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들은 함께 하고 있는 후배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애정을 표현했다. 왼쪽부터 이은재, 홍민지, 김하경, 김희연. 뒷줄은 김혜민, 윤지애, 오한주. 우상조 기자

인턴으로 입사해 ‘문명특급’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들은 함께 하고 있는 후배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애정을 표현했다. 왼쪽부터 이은재, 홍민지, 김하경, 김희연. 뒷줄은 김혜민, 윤지애, 오한주. 우상조 기자

게스트에 대한 남다른 예우로 입소문이 나면서 ‘문명특급’에 나가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뻔한 질문은 미리 차단하고 진행자가 대신 개인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반려견 이름까지 조사해오는 치밀함에 예능 출연을 꺼리던 스타들도 마음을 열게 된 것이다.

“‘문명특급’이 아들딸만 보는 프로그램이었다면 이번 기회를 통해 엄마·아빠, 조카도 함께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지금은 K팝에 집중돼 있지만 첫 에피소드로 비혼을 다뤘던 것처럼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활짝 열려있는 프로그램이에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모습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저희 어머니가 농담처럼 ‘갱년기 엄마랑 사춘기 딸이 싸우면 엄마가 이긴다’고 하시는데 진짜 붙여 보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5000만 국민 중 누가 나와도 어색하지 않고, 초면인 사람들끼리 만나도 즐겁게 수다 떨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습니다.”(홍민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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