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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살 지켜만 보고, 첩보 공유도 없었다…軍총체적 부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가 북한군에 피격된 이후 합동참모본부가 연평도 주둔 부대를 검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군 내부에선  ‘경계 태세 실패'를 추궁하고 나선 것이라는 의견과 ‘책임 떠넘기기’ 성격이라는 해석이 갈리고 있다.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앞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뉴스1]

25일 오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앞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해군 고속정이 기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북한 황해남도 등산곶. [뉴스1]

25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참 전비태세검열단은 연평도 주둔 해군ㆍ해병대 부대에 대한 검열을 23~25일 실시했다. 전비태세검열단은 전투준비태세와 경계태세의 잘잘못을 점검하는 곳이다.

북한군 선박 2척 NLL 인근 집결 사실 지나쳐 #정보공유 안 해 실종자 숨진 뒤에도 다른 곳 수색 #합참 검열단, 연평도 주둔 부대 검열

익명의 군 소식통은 ”22일 북한의 등산곶 앞 해상(서해 북방한계선(NLL) 3~4㎞ 북쪽 지점)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소속 어업지도선과 북한군 단속정이 이 씨를 검문하려고 모였다”며 “그런데 해군ㆍ해병대가 이 같은 특이 동향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산사업소는 북한군 소속이며, 무장한 병력이 탄다. 단속정은 북한군 해군 소속의 초계정으로, 북한군 전선서부지구사령부가 작전지휘를 한다. 단속정은 14.5㎜ 중기관총으로 무장돼 있다. 이 소식통은 “등산곶 일대는 북한군의 상륙작전이나 NLL 침범을 대비해 군 당국이 24시간 감시하는 곳”이라며 “북한이 해안포를 집중 배치한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연평도 주둔 부대가 경계를 소홀히 한 탓에 이씨 피살 사건에 군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정보ㆍ감시 자산으로 이씨가 북한군에 억류된 된 뒤 총격에 숨지고 시신까지 불태운 정황을 입수했지만, 다른 경로로 이를 확인하지 못해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게 합참의 시각이다.

해군ㆍ해병대가 북한군 소속 선박 2척이 집결한 동향을 보고했더라면, 이씨를 구하기 위해 군사작전까지 고려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해군 전투함을 NLL 이북으로 보내 이씨를 꺼내오지는 못하더라도, 전투함이 NLL에 바짝 붙어 돌아다니는 무력시위를 벌이며 북한을 압박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참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야전 부대의 불만도 크다. 상황을 재빨리 판단한 뒤 적절한 명령을 내리지 못한 군 지휘부가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씨의 소재와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이 22일 이씨가 이미 사망한 정황을 야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해군과 해경은 하루가 지난 23일에도 이씨를 찾는 수색작전을 계속 폈다”고 말했다.

실제 해군과 해경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이씨의 소재를 수색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군 자료에 따르면 22일 해군 초계기와 해경 헬기, 해군 고속정과 해경 함정은 이씨가 숨진 현장에서 20여㎞ 떨어진 곳에서 수색을 벌였다. 등산곶 해상은 연평도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져 있다. 하지만 당시 해상 수색은 연평도 서쪽 11㎞ 부근까지만 이뤄졌다.

군 당국은 첩보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시간이 걸렸고, 정보 수집 자산을 감추기 위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정보 독점주의와 이기주의, 대북 눈치 보기가 복합으로 빗어낸 정보 실패”라며 “정보를 융합하고 판단하는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24일부터 군사대비태세 강화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군 동향 24시간 면밀 감시, 모든 상황 신속 대응 가능한 확고한 군사대비태세 유지, 군사적 위기 고조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점”이라고 말했다.

이철재ㆍ박용한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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