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분수대

애플 워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현대 기계식 시계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1747~1823)에 의해 거의 모든 기술이 완성됐다.

기계식 시계의 최고봉으로 불리는 ‘뚜르비용’ 기술 역시 브레게가 발명했는데, 지구 중력과 자전으로 인한 오차를 보정하는 기능이다.

브레게의 최고 걸작은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가 주문한 ‘N.160’이다. 앙투아네트는 가장 화려하면서도 복잡하고 많은 기능을 가진 시계를 원했다.

1783년 제작에 착수했지만 앙투아네트도, 브레게도 완성을 보진 못했다. 앙투아네트는 1793년 처형됐고 브레게도 1823년에 세상을 떠났다.

시계는 1827년 완성됐다. N.160은 시와 분을 알람으로 알려주고, 균시차(태양의 움직임과 시계 사이의 오차)를 보정하며 온도계와 윤년을 계산하는 달력 등 당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능을 가진 시계였다.

파텍 필립이 2014년 창립 175주년을 맞아 내놓은 ‘그랜드 마스터 차임’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다. 30여 가지 기능을 태엽장치만으로 구현하는데 개발에만 7년이 걸렸고, 제작하는 데는 2년이 더 소요됐다.

파텍 필립 역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사랑한 시계다. 지난해 경매에 나온 ‘그랜드 마스터 차임 Ref. 6300A’은 360억원에 낙찰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애플 워치’는 웬만한 스위스 기계식 시계와 비교하면 절반 가격도 안 되지만 기능은 파텍 필립 저리 가라다. 올해 나온 애플 워치 시리즈6는 심박수와 혈중 산소 포화도를 측정하고 고도계와 나침반 기능을 한다.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수백 가지 기능을 할 수 있다.

지난해 팔린 애플 워치는 3070만개로 스위스 시계(2110만개)를 앞선다. 매출액에선 스위스 시계가 압도적이지만 애플이 스위스 시계 산업을 위협하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3년만 지나도 ‘고물’이 된다는 점이다.

3년마다 최신 스마트 워치를 가질 것인가, 대를 물릴 시계를 소유할 것인가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사실 이건 받을 사람의 취향에 달렸다. 우리 자식들이 금고 속 명품 시계보단 최신 애플 워치에 마음이 갈지도 모를 일이니까.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