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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서해 공무원 사건은 북한의 메시지다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사건이 벌어진 서해 연평도에서 바라본 등산곶. 편광현 기자

사건이 벌어진 서해 연평도에서 바라본 등산곶. 편광현 기자

우리군이 지켜보는 코앞에서 이런 잔혹범죄를 저지르다니 #코로나 방역도 이유겠지만 기본적으로 남한에 대한 무시

1.
어쩜 이렇게 잔혹할 수 있을까요.
북한군이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한 공무원을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사건. 북한군이 정식으로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니..
어떤 사악한 개인의 범행이 아니라 실존하는 국가, 정부와 군 전체가 극악무도한 살인집단인 셈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먼나라 얘기같이 들리던 북한의 잔혹신화가 피부에 와닿습니다.

2.
그래서 불안합니다. 진짜로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집단이구나..
우선 연평도 포격사건이 먼저 떠오릅니다. 포탄이 마을에 떨어지던 영화같은 실화가. 이어 핵무기..불바다..오래전 기억 속에 묻혀있던 불안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기억의 차이는 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런 불안이 되살아날 겁니다.

3.
북한은 왜 그랬을까요. 남쪽에서 뻔히 보고 있는 줄 알면서도 이런 짓을 한 것은 처음입니다.
서해상 북방한계선(NLL) 3Km 북쪽 정도면 우리 군이 충분히 지켜볼 첩보능력이 있다는 것을 북한도 압니다.

첫번째 직접적인 이유는 코로나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코로나 청정지역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탈북자 청년이 한강을 수영으로 건너 북한으로 돌아갔을 때 한바탕 소동이 있었습니다. 청년이 개성에 도착하자 시 전체를 봉쇄했습니다. 그가 지난간 길을 따라 관할 군부대 책임자들이 줄징계를 받았습니다.
물론 수영월북한 청년은‘자본주의 가봤더니 못살겠더라’는 선전을 하고 다니는 덕분에 살아 있답니다. 서해상에 표류한 공무원은 그런 쓸모가 없었나 봅니다.

4.
두번째 숨겨진 이유는 남쪽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북한은 표류 공무원의 귀순의사를 확인하고도 6시간 동안 방치해 둡니다. 그사이 군지휘계통상 보고와 지시가 오갔겠죠. 그리고 밤 9시40분 사살하고, 10시10분 태웁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전혀 뜻이 없다’는 시위를 한 것입니다. 이미 북한은 여러차례 ‘남한은 우리 상대가 아니다’‘도와준다 해도 안받는다’ 등등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북한의 내심은, 같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군축이라는 빅딜을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그 과정에서 남한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지난 북미정상회담에서 확인했다는 것이죠.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지금까지 계속 북한에 대한 지원과 대화를 제안해왔습니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의 눈치없는 짝사랑에 북한은 인명살상과 훼손이라는 극단적 행동으로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6.
이제야 문재인 정부도 달라지나 봅니다.
오늘(24일) 대통령은 ‘충격적 사건이다..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답을 말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라’고 말입니다.
언제나 대통령은 좋은 말만 합니다. 이번엔 진짜로 그렇게 ‘행동’하리라 믿습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