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韓 메릴린치 2인자 김도우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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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뉴욕 월가에 우뚝 선 한국인이 있다. 김도우(金道于.40).

그는 지난 8월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의 글로벌마켓.투자은행 부문의 공동대표로 승진해 스탠리 오닐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명실상부한 2인자로 부상했다. 金대표가 8일 서울을 방문해 국내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한국 경제와 증시의 앞날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金대표는 "한국 기업 가운데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하이테크.자동차 업종 등에서 생겨나고 있다"며 "외국인 주식투자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미 달러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내지만 한국은 일본 엔화와 함께 강세를 보이는 만큼 큰 부담은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사분규나 기업지배구조 등 악재 탓에 한국 증시가 해외에서 낮게 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우려했다. 이는 최근 한국 증시의 반등 강도가 약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金대표는 한국이 동북아시아의 금융 허브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규제를 더 풀어야 하고, 영어로 말하는 능력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金대표는 1970년대 중반 부친의 뜻에 따라 싱가포르로 가서 중학교를 다녔고, 이후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인 앤도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90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땄다.

하노버.케미컬 은행을 거친 뒤 94년 메릴린치에 들어가 채권부문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 대표 자리까지 올랐다. 태어날 때부터 월가와 연을 맺은 것일까. 金대표는 "영어로 이름을 쓰면 (뉴욕 다우지수를 연상시키는) Dow Kim이 된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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