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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사과 없는 2100년 추석 차례상…'제주산' 대신 '강원산' 감귤 오른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과 2100년 차례상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0년과 2100년 차례상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현재 추세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2100년의 한국은 산업화 이전(1750년)보다 평균 기온가 4.7도 상승한다. 전 세계 평균기온의 예상 상승폭(1.9도~5.2도)와 비교하면 상승 속도가 빠른 곳에 속한다.

[기후재앙 눈앞에 보다]

이렇게 온난화가 진행되면 한국인의 밥상에 오르는 음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긴다. 기온 상승으로 재배하는 농작물, 포획 가능한 어패류 등이 바뀌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2100년 대한민국 추석 차례상의 변화를 환경 관련 기관들의 예측을 토대로 살펴봤다. 온실가스 감축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현재 수준으로 배출이 지속됐을 때(RCP 8.5 시나리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940ppm)를 가정했다.

2100년엔 빨간 사과는 '동화 속 과일'

강원도 양구 '펀치볼'에는 사과 재배 농가가 한 곳 있다. 사과는 폭넓은 기후대에서 재배할 수 있지만, '상품성이 좋은 빨간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에서 키워야 수지가 맞는다. 원래 기온이 너무 낮아 사과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강원도 북단 양구도 점차 따뜻해져, 사과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2100년에는 여기마져도 따뜻해져,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과가 빨갛게 물들지 않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중앙포토

강원도 양구 '펀치볼'에는 사과 재배 농가가 한 곳 있다. 사과는 폭넓은 기후대에서 재배할 수 있지만, '상품성이 좋은 빨간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환경에서 키워야 수지가 맞는다. 원래 기온이 너무 낮아 사과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던 강원도 북단 양구도 점차 따뜻해져, 사과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2100년에는 여기마져도 따뜻해져,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과가 빨갛게 물들지 않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중앙포토

과일 중 가장 변화가 두드러지는 품종은 사과다. 지금으로부터 80년 후엔 차례상에 빨간 사과를 찾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과 껍질이 붉게 변하는 건 10월 이후 밤 기온이 15~18 정도로 떨어졌을 때 껍질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난화로 밤 기온이 올라가면 빨간색으로 변하지 못하고 녹색인 채로 남게 되고, 한국인이 선호해 상품성이 좋은 붉은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재배적지)가 급격히 줄게 된다.

사과는 밤 기온이 15~18도로 떨어져야만 껍질이 붉게 물든다. 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빨간 사과 껍질은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생육 후기 야간온도에 따른 후지 사과의 착색 변화 (류수현 등, 2015)

사과는 밤 기온이 15~18도로 떨어져야만 껍질이 붉게 물든다. 온난화가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빨간 사과 껍질은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생육 후기 야간온도에 따른 후지 사과의 착색 변화 (류수현 등, 2015)

1981~2010년 기준으로 사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전체 농경지의 23.2%다. ‘재배 가능지’(34.4%)까지 합하면 농경지 절반 이상에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환경부가 올해 내놓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2100년이면 사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전체 농경지의 0%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재배 가능한 지역도 0.2%에 그친다. 국내산 붉은 사과는 말 그대로 ‘금사과’가 된다.

'제주 감귤' 대신 '강원도 감귤' 

전남 완도에서는 이미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가 자라고 있다.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감귤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전남 완도에서는 이미 레드향, 천혜향 등 만감류가 자라고 있다.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감귤도 재배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

‘제주 감귤’은 ‘강원도 감귤’로 대체된다. 현재까지 귤(온주밀감)의 재배 적지는 제주다. 그러나 2090년이 되면 제주는 한라산 산간을 빼곤 재배가 불가능하다. 대신 2030년대 전남 해안가를 시작으로 경남, 강원도 해안으로 재배지가 확대된다. 경북ㆍ충북ㆍ전북도 감귤 재배가 가능해진다. 1년 내내 수확하는 부지화감귤도 2090년대엔 강원도 해안까지 확대된다.

제주 전역에서 재백 가능하던 온주밀감(감귤)은 2100년엔 한라산 산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주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대신 전남과 경남해안, 강원 동해안 등 육지 해안가를 중심으로 재배지가 확대된다. RCP 8.5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현재(1981~2010)와 미래 감귤 재배 가능지 변화 (문영일, 2017)

제주 전역에서 재백 가능하던 온주밀감(감귤)은 2100년엔 한라산 산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제주 재배가 불가능해진다. 대신 전남과 경남해안, 강원 동해안 등 육지 해안가를 중심으로 재배지가 확대된다. RCP 8.5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현재(1981~2010)와 미래 감귤 재배 가능지 변화 (문영일, 2017)

‘나주 배’도 사라진다. 환경부는 2010년이면 배의 주요 산지가 전남에서 충남으로 바뀔 것으로 본다. 배 재배에 적합한 지역은 2040년 이후 급격히 줄어든다. 포도도 2090년대가 되면 재배 적지가 농경지의 0.2%로 준다. 반면 속초, 원주, 이천, 천안 등 재배 가능지역이 북상한 단감은 앞으로도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난다.

바다 수온 6도↑… 한국 명물 김 양식 어려워

2100 RCP 8.5, RCP 4.5 시나리오에서 2010년 대비 연평균 표층수온 평년편차 분포. 자료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2100 RCP 8.5, RCP 4.5 시나리오에서 2010년 대비 연평균 표층수온 평년편차 분포. 자료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식탁에 오르는 수산물도 변화한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은 최근 49년간(1968~2016) 약 1.23℃ 올랐다. 환경부의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2100년 우리나라 주변 표층수온은 지금보다 3~6℃ 더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수온 변화로 인해 어류도 서식지를 옮겨진다. 삼치ㆍ방어ㆍ전갱이ㆍ정어리ㆍ살오징어 등은 북상할 것으로 보인다.  찬 물을 좋아하는 명태ㆍ정어리는 2100년이면 우리나라에선 보기 어려워진다. 참가리비 양식도 강원 북부에서나 가능하다.

전체 어획량은 줄고, 어패류나 해조류의 양식도 어려워진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2100년의 어업생산량은 2013년 대비 31% 줄어들고, 어업 농가의 생산은 연 1조 1640억원어치 감소한다. 수온의 변화에 취약한 김ㆍ미역ㆍ다시마는 대량 공급이 어려워지고, 수온이 높아지면 폐사하는 굴은 양식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물의 산성화, 먹이사슬 교란으로 대량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동해안에 서식하는 오징어의 먹이가 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규모ㆍ크기가 줄면서 다른 해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동해 오징어’ 대신 여름엔 ‘서해 오징어’, 겨울엔 ‘남해 오징어’를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사라질 위기에 놓인 한라산 구상나무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영상이 보이지 않으면 주소창에(https://youtu.be/t7rik8DE9pk)를 입력하세요.  

스마트폰으로 QR코드에 접속하면 멸종 위기에 처한 한라산 구상나무 숲을 360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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