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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절실한 코로나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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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병주 경제EYE팀장

문병주 경제EYE팀장

책임지려는 이가 없다. 며칠째 각종 매체의 기사는 물론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 특혜 의혹,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후폭풍, 전세난을 불러온 부동산 대책 등에 답이 분명치 않다. ‘공정’만을 외칠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촉발된 국가적 위기에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는 불난 집에 부어진 기름 같다.

위기에는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해리 트루먼 미국 33대 대통령도 손에 꼽힌다. 그는 일본 원폭 투하와 마셜 플랜, 한국전쟁 참전 등 역사적 결단을 내리며 미국을 넘어 전 세계적 위기를 막아냈다. 그의 책상 위 문자판 글이 유명하다. ‘The buck stops here.’ ‘책임은 여기서 멈춘다’로 해석되는데, 그의 마음가짐을 대변했다고 평가받는다.

노트북을 열며 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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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국가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들도 많다. 경영진과 갈등 탓에 물러났던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1997년 15년 만에 복귀해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를 탄생시키며 정보기술(IT) 혁신을 불러왔다. 델컴퓨터 창업자인 마이클 델 역시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회사가 부진의 늪에 빠지자 2007년 회사로 돌아와 델컴퓨터의 부활을 이끌어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이 꺼지면서 소니에릭슨이 파산 직전까지 몰리자 오히려 회사의 지분을 확대해 정상궤도로 돌려놨다. ‘오너’라는 공통점이 있다.

페이스북·월마트·폴크스바겐·이케아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 역시 비슷하다. 크레디트스위스연구소에 따르면 가족경영기업(창업자나 자손이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거나 의결권 20%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비가족경영기업에 비해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평균 3.7%의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전략을 운용하는 점을 가족경영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졌다.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b(메가비트) D램을 공개했을 때 개발팀장을 맡았던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초격차』에서 “회사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걱정하는 사람은 오너이고, 경영의지 측면에서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체면 내려놓고 ‘라면 먹방’을 선보이고(최태원 SK그룹 회장), 유머를 가미한 일상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는(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활동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코로나 위기 속 책임감 있는 리더십은 기업을 넘어 정치권에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문병주 경제EYE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