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1000조 ‘빚쟁이 정부’로 남을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장정훈
장정훈 기자 중앙일보 팀장
장정훈 사회2팀장

장정훈 사회2팀장

정부는 내년 나라 살림 규모를 555조8000억원으로 짰다. 사상 최대 규모지만 이 중 89조7000억원은 빚이다. 정부는 이미 그만큼의 국채 발행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착한 부채론’을 들고 나왔다. 빚을 내서라도 코로나로 쪼그라드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착한 부채든 나쁜 부채든, 빚은 그저 언젠가 누군가 갚아야 할 돈이다. 그리고 그 빚은 벌써 세금 폭탄으로 둔갑해 중산층에 투하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우리 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채무는 728조원이다. 올해는 4차 추경까지 포함하면 채무가 845조원으로 는다. 여기에 또 내년 90조원 가까운 빚을 끌어다 쓰겠다는 것이다. 이 추세라면 현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이면 국가 채무가 족히 1000조원까지 불어난다. 현 정부가 정권을 이어받기 직전인 2016년 말 국가 채무는 620조원, 5년 만에 빚을 380조원이나 늘려놓는 셈이다.

노트북을 열며 9/23

노트북을 열며 9/23

국가 채무 급증은 당연히 세수는 주는데 씀씀이를 늘렸기 때문이다. 주요 세원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가 모두 줄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 예산과 노인·아동복지 수당 등 표시 나지 않는 씀씀이는 계속 늘었다. 나랏빚을 줄이려면 세금을 올리거나 지출을 줄여야 한다. 현 정부가 복지를 줄이는 건 불가능하고, 그래서 시쳇말로 ‘세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에 한창이다.

우선 코로나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에게 과세 칼날을 들이댔다. 법무장관이 불법이라고 단언했던 암호화폐까지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또 공시가를 올려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늘리고, 채권·펀드·파생상품 소득에도 세금 폭탄을 투하 중이다. 현 여권이 야당일 때는 담뱃세 인상에 그렇게 반대하더니 지금은 액상형 전자담배 세금을 두 배로 높일 참이다. 특히 아주 고약한 게 교통위반 과태료나 범칙금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6년 890만건이던 속도위반 단속 건수가 지난해에는 1240만건으로 뛰었다. 정부는 세금 폭탄을 투하할 때마다 부자 증세로 포장하지만, 속내를 따져보면 타깃은 모두 중산층이다. 부자들 역시 물론 세금 부담이 늘겠지만, 증권세, 부동산 보유세, 전자담뱃세, 교통범칙금 등으로 허리가 휘는 건 중산층이다.

가정이든 나라든 자꾸 빚이 쌓인다는 건 살림하는 사람의 능력 부족이다. 더구나 잔뜩 빚을 내 생색은 내가 내고, 갚는 건 국민과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건 무책임의 극치다. 국정 운영 능력은 떨어지고 책임은 떠넘기는 데 급급한 현 정부는, 결국 ‘1000조원 빚쟁이 정부’로 남지 않을까.

장정훈 사회2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