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제, 쥐 수명 연장시켜

중앙일보

입력

항산화제가 포유동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노바토에 있는 버크노화연구소의 분자노인병학자인 사이먼멜로프 박사는 의학전문지 '신경과학'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유전자 조작으로 1주일 밖에는 살 수 없는 쥐들에 비타민C와 비타민E 같은 항산화제를 투여한 결과 수명이 4배 연장돼 4주간 동안이나 살았다고 밝혔다.

멜로프 박사는 이같은 실험을 하게된 것은 앞서 항산화물질로 선충(線蟲)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이러한 실험 결과는 항산화제가 포유동물의 수명을 연장시키는데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프 박사는 산화손상으로 1주일 밖에 살지 못하는 유전조작 쥐를 만들어 이용한 것은 실험결과를 되도록 빨리 얻기 위함이었다고 말하고 이 쥐들에 투여한 항산화제는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대사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오염물질인 유해산소분자 유리기(遊離基)를 집중적으로 공격한다고 밝혔다.

산화란 금속이 녹쓰는 화학반응이지만 세포에서는 DNA를 손상시켜 암이나 기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산화가 바로 노화에 따른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믿고 있다.

멜로프 박사는 유리기는 모든 세포에서 대사과정에 의해 만들어지는 독성분자라고 밝히고 쥐에 투입한 항산화물질은 세포뿐만 아니라 세포속에서 일어나는 대사활동의 중심부인 사립체(絲粒體)까지 침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멜로프 박사는 쥐실험에서는 항산화물질이 특히 뇌의 산화손상을 막는데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하고 따라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단계의 연구는 정상 쥐들에 항산화제를 투여하는 것이라고 멜로프 박사는 덧붙였다. (로스엔젤레스=연합뉴스) 권오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