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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김영란법 완화…지자체들 “이 기회에 농가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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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8월 경기도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학교 급식용 친환경 양파를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월 경기도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 관계자들이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힌 학교 급식용 친환경 양파를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상추·근대·치커리 등 엽채류(잎채소류)를 재배하는 경기도 고양시의 염현수(63)씨는 요즘 부쩍 한숨이 잦아졌다. 하우스에서 친환경으로 채소를 키우다 보니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더 든다. 그런데도 친환경을 고집하는 건 학교에 납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납품을 하지 못했다. 염씨는 “지난해보다 소득이 3분의 1 정도 수준으로 줄었다”며 “썩힐 수 없어서 시장 등에 절반 값으로 팔고 있는데 암담하다”고 말했다.

내달 4일까지 한도 20만원으로 #‘드라이브 스루’ 도입 직거래 장터 #농특산물 택배비 전액 지원 캠페인 #특산물 활용 밀키트 제품 연구도

염씨처럼 학교 급식이나 지역 축제, 직거래 장터 등이 줄어 판로가 막힌 농가를 돕기 위해 전국 지자체가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최근 추석 대목을 앞두고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까지 완화되자 지자체들이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해 반값 할인에 나서거나 각종 경품 이벤트 등을 내걸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추석을 맞아 김영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 한도를 10만원에서 다음 달 4일까지 20만원으로 높였다.

경북도 농특산물 쇼핑몰 ‘사이소’는 다음 달 8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프리미엄 선물, 제수용품으로 구성된 경북 농산물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고, 대량구매 시 추가 10% 할인해 준다. 전남도 온라인 쇼핑몰 ‘남도장터’는 1만~2만 원대 알뜰 선물세트에서부터 한우·전복·굴비와 식품명인의 제품, 도지사 품질인증 제품 등 8만~9만 원대 프리미엄 선물세트까지 총 596개 상품을 30일까지 특별판매한다.

상품 상태를 직접 확인하려는 소비자들을 위한 직거래 장터도 마련된다. 울산시는 태풍으로 피해를 본 과수 농가를 돕기 위해 18일 오전 11시부터 시청 광장에서 낙과된 서생 배 10㎏ 한 박스를 1만5000원에 판매한다. 직접 대면을 피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했다. 충남 청양군은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에 ‘청양먹거리직매장’을 열고 청양 한우와 채소·과일 등을 1년 내내 판매한다.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대도시로 진출한 것이다.

지난 7월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의 농산물 간편식 품평회 모습. [사진 경기농산물유통진흥원]

지난 7월 경기 수원시에서 열린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의 농산물 간편식 품평회 모습. [사진 경기농산물유통진흥원]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은 친환경 농산물 재료로 한 끼 식사를 간편히 해결할 수 있는 ‘밀키트’(Meal kit·가정 간편식)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 손질된 채소가 들어있는 된장찌개·볶음밥 재료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맛볼 수 있는 간식용 알감자, 토마토 샐러드 등이 메뉴다.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관계자는 “다양한 농산물을 원물 형태로 받아볼 수 있는 ‘농산물 꾸러미’를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도록 정기 회원도 모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와 경기도 여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농민수당(농민 공익수당)을 추석 전에 지급한다. 충남 홍성군은 다음 달 8일까지 지역에서 생산된 농특산물을 가족 친지들에게 택배로 보낼 경우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택배비 전액을 지원하는 ‘고향 정(情) 보내 드림’ 캠페인을 펼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환경변화를 반영한 2020년 농업부문 수정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농가소득은 1월만 해도 4490만원으로 전망됐지만, 현재는 4309만원으로 하향조정됐다. 농민들은 정부가 선별 지원하는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된 상태다. 이에 농민단체 등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에 농민도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모란·김현예·신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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