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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구 없어 우울"···온라인 수업, 갈수록 만족도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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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1학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이뤄진 온라인 수업에 대해 이공계 대학생들의 만족도는 학기초(5.2점·7점 만점)보다 학기말(4.6점)에 더 떨어졌다. 특히 실험수업에 대해 '불만족스럽다'는 학생이 43.4%로, '만족한다(8.8%)'는 학생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학생들에게 미치는 코로나19의 영향이 갈수록 커져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1학기 원격수업이 전면 실시된 국내 5대 과학특성화대학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워드 클라우드로 정리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에 대해 묻자 학생들은 '소통' '서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과학기술원 공동사무국 연구보고서 캡처]

지난 1학기 원격수업이 전면 실시된 국내 5대 과학특성화대학 재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워드 클라우드로 정리했다. '온라인 수업을 위해 해결돼야 할 문제'에 대해 묻자 학생들은 '소통' '서버'에 대한 문제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과학기술원 공동사무국 연구보고서 캡처]

17일 중앙일보는 과학기술원 공동사무국이 국내 5개 과학특성화대학(KAIST·GIST·DGIST·UNIST·POSTECH) 재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온라인교육의 효과와 활성화 방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KAIST·GIST 등 이공계 특성화대 재학생 설문 #코로나 팬데믹 속 온라인수업 효과성 연구

코로나로 도입한 온라인수업…효과·대안 분석 보고서

해당 보고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1학기 모든 대학에 전면적인 온라인 수업이 도입된 데 대한 성과와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한 결과다. 연구 책임은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공계 대학 재학생에 대한 설문조사는 학기초와 학기말 두차례 진행했다. 참여학생 수는 학기초 1661명, 학기말 1257명이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생들이 온라인 수업에서 느낀 가장 큰 불편은 '소통 부재'였다. 온라인 수업의 장애 요인으로 '친구의 부재'를 꼽은 대학생이 56.2%로 가장 많았다. 네트워크 연결 및 인터넷 환경에 대한 불만이 49.5%, 서버의 불안정성(43.5%)도 온라인 수업의 방해 요소로 꼽혔다.

원격수업에 대한 이공계 대학생 만족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원격수업에 대한 이공계 대학생 만족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0명 중 6명 '친구 없어 외롭다' '우울하다' 

동료 학생과의 관계도 소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을 통해 연락처까지 주고받은 사이가 된 동료 수강생'은 평균 1.3명에 불과했다. 또 '지난 학기 불안·고독감·우울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는 학생이 61.2%로 '느끼지 않았다'는 학생(38.8%)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바이러스 방역뿐 아니라 심리적인 방역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집중력의 한계, 과제에 대한 부담감 역시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진도가 빠르다고 느꼈다'는 문항에 4.8점(7점 만점)을,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과제와 퀴즈 등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는 문항에 5.3점을 매겼다. 반면 '오프라인 수업보다 온라인 수업이 더 집중됐다'는 3.4점, '온라인 수업에서 학습 동기부여가 더 잘된다'는 항목에는 3.1점을 주는 데 그쳤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원격수업으로 인한 고립감과 우울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온라인 실험 수업 '효과적이지 않다' 압도적  

온라인 수업의 효과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과목에서는 '효과적이었다'는 답변이 다소 많았지만 교양·실험과목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왔다. 학기말 기준으로 전공과목에서 '온라인 수업이 효과적이었다'고 답한 학생이 51.1%로,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답변(33.8%)보다 많았다. 반면 교양과목에서 온라인 수업에 만족한 학생은 20.58%에 그쳤고, 불만족한 학생이 26.5%로 더 많았다.

실험 과목에서 불만이 가장 컸다. '온라인 실험 수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답변은 43.4%로, '효과적'이었다는 답변(8.8%)의 5배에 가까웠다. '온라인 실험 수업의 바람직한 방법'을 묻는 질문에 무려 63.1%의 학생들이 '실험은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재학생 만족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온라인 수업에 대한 재학생 만족도 변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AI기반 개인 맞춤학습, 온라인 속 교류·연대 강화" 필요 

연구책임을 맡은 김희삼 GIST 교수는 "온라인 수업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고 편리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지만, 대면 수업에 비해 소통과 상호작용이 부족하고 실험 수업의 효과성이 떨어지는 등 한계도 분명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교수자와 학습자간 소통을 강화하고 서버 구축으로 네트워크 장애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학습의 도입, 온라인을 통한 교류와 연대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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