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석 야외극장 99명만 앉힌다…코로나에 몸집 줄인 부산영화제

중앙일보

입력 2020.09.14 19:36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14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용관 이사장. 사진은 지난해 결산 기자회견 모습이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을 14일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용관 이사장. 사진은 지난해 결산 기자회견 모습이다. [연합뉴스]

드레스가 수놓는 화려한 개‧폐막식 레드카펫도, 해외 초청 게스트며, 인파가 몰리던 야외행사도 없다. 다음 달 21일 개막하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68개국 192편 초청작 각 1회 상영에만 전념한다. 매해 300편가량을 2~3회씩 상영했던 것에서 대폭 줄였다. 상영관도 센텀시티 영화의전당 단 5개 스크린뿐. 800여명 자원활동가도, 줄이 늘어서던 티켓 부스도 없이 온라인‧모바일 예매만 진행한다. 영화인‧기자 등의 출입 뱃지 발급도 하지 않는다.

14일 제25회 부산영화제 온라인 기자회견
칸 선정작 23편 등 거장 신작 대거 초청

지난 11일 임시총회 결과 올해 영화제를 대폭 축소 개최하고 개막을 다음 달 7일에서 2주 연기한다고 알렸던 부산영화제는 14일 온라인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구체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속 오프라인 병행 개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진 데 따라서다.

개최 취소 여부는 다음달 15일께 결정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박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조니 토, 임영동, 서극 등 홍콩 대표 거장 7인이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 홍콩에 대한 송가를 10분씩 모아 완성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박작 '칠중주: 홍콩 이야기'.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원화평, 조니 토, 임영동, 서극 등 홍콩 대표 거장 7인이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 홍콩에 대한 송가를 10분씩 모아 완성했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제는 특히 “연기된 개최 일정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지속되거나, 그 이상으로 격상될 경우 영화제를 취소할 수도 있다”면서 출범사상 한 번도 없었던 개최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한 바다. 이용관 이사장에 따르면 취소 여부를 가늠하는 임계점은 상영작 티켓을 발권하는 다음 달 15일경. “추석 이후도 2단계가 계속되면 중앙정부‧부산시와 의논한다는 게 전제지만 아마도 (개최)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6000석 야외상영관도 99명만 받는다

지난해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사회자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에는 85개국 303편 영화가 초청됐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사회자 배우 정우성과 이하늬가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하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에는 85개국 303편 영화가 초청됐다. 송봉근 기자

축소 개최할 경우엔 군중이 모이는 개‧폐막식 레드카펫, 야외 무대인사, 오픈 토크 등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은 진행하지 않는다. 해외 영화관계자 초청, 리셉션 및 파티도 없다. 또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 포럼은 모두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상영 규모도 대폭 축소한다. 최대 6000석 야외상영관, 800석 하늘연극장도 극장 규모와 관계없이 실내는 50명 미만, 실외는 100명 미만 인원만 모일 수 있다는 현행 2단계 거리두기 방역지침에 따라 예매를 오픈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해마다 20만 가까이 동원했던 관객이 올해는 만석이 돼도 1만 정도”로 쪼그라들 것으로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내다봤다.

칸 공식 선정작 중 23편 부산서 튼다

 올해 칸 공식 선정작에 포함됐던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도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찾는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칸 공식 선정작에 포함됐던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도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찾는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이 이사장은 그럼에도 현재로선 “온라인 상영엔 미련 갖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올해 유례없이 화려한 초청명단 탓이다. 대부분 베니스‧베를린 등 해외영화제에 수상한 거장들의 신작들. 특히 코로나19로 취소된 올해 칸 공식 선정작 56편 중 23편이 부산을 찾는다. 한국 연상호 감독의 ‘반도’를 비롯해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 케이트 윈슬렛과 시얼샤 로넌 주연의 ‘암모나이트’, 배우 비고 모텐슨의 감독 데뷔작 ‘폴링’, 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 등이다.

올해 개막작인 ‘칠중주: 홍콩 이야기’도 칸 선정작 중 하나다. 홍금보‧허안화‧담가명‧원화평‧조니 토‧임영동‧서극 등 홍콩 대표 거장 7인이 1950년대부터 근미래까지 홍콩에 대한 애정이 어린 송가를 10분씩을 모아 완성했다. “올해 홍콩 상황에 가장 알맞은 영화”라고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소개했다.
남 프로그래머는 칸의 극장에서 선보일 수 없었던 공식 선정작을 상영하는 만큼, “어느 한 편도 온라인으로만 트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극장에서 이 영화들을 만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와세‧구로사와…일본거장 신작 대거 초청

'버닝' '옥자'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한인 이민자 가족영화 '미나리'도 올해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버닝' '옥자'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연출한 한인 이민자 가족영화 '미나리'도 올해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인 동명 실사 영화의 애니메이션 리메이크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비롯해 일본 영화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칸 선정작 중 하나인 가와세 나오미의 ‘트루 마더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는 부산영화제가 매해 주목할 만한 거장의 작품을 초청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4편 중 나란히 선정됐다. 전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제외한 일본 대표 예술영화 감독들이 대거 신작을 선보인 해”라며 “지금은 좌절됐지만 가능한 아시아 대표 영화인을 영화제에 초대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엔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 올해 초 선댄스 심사위원대상‧관객상 2관왕을 차지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도 초청됐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품고 미국 아칸소주에 정착한 가족의 이야기로,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도 출연했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이란 영화 ‘사탄은 없다’, 선댄스 심사위원특별상의 ‘반트럼프 투쟁’, 그리고 ‘죄 많은 소녀’ 김의석 감독의 ‘인간증명’, ‘박화영’ 이환 감독의 ‘어른들은 몰라요’, ‘소통과 거짓말’ 이승원 감독의 ‘세 자매’ 등 첫 영화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의 화제작도 가득하다.

딱 1회 상영에 실내 극장은 49명, 야외는 최대 99명만 볼 수 있는 터라 관객들의 예매 전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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