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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김정은과 첫 만남서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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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환담을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환담을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처음 만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 관련 오해 해소 #"김정은, 영리함을 넘어선 인물"로 평가도

15일(현지시간) 출간을 앞두고 중앙일보가 입수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의 신간 『격노(Rage)』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북한이 가진 어마어마한 잠재력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하며 우드워드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일대일 회담에서 미국과 핵무기 포기를 합의한 뒤 결국 제거된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를 암시하며 "나는 당신을 제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또 김 위원장이 북한을 훌륭한 국가로 이끌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하며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위치'한 북한의 지정학적 장점을 들어 "북한이 세계에서 가장 경제력이 높은 국가 중 한 곳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2018년 6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6.12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준비 과정 중 트럼프 대통령이 카다피를 직접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무산될 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논의가 한창이던 2018년 5월 17일 공개석상에서 "(북한이)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으면, (카다피 사망과 같은)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와 거래를 하면 김정은은 아주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은 "우리가 회담장에서 만날지 핵대결에서 마주칠지는 미국의 결정과 행동에 달려있다"고 경고했다.

책에 따르면 최 부상의 이런 발언 이후 5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는 편지를 김 위원장에게 썼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최근 성명에서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공연한 적대감을 보면, 오랫동안 계획해온 이번 만남을 갖는 것이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우드워드는 책을 통해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7일 북·미간 조율에 일조하면서 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과민 반응을 보이며 정상회담 취소 위기까지 야기했던 '카다피 모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어코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언급한 것이다.

15일 출간 예정인 '워커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EPA=연합뉴스]

15일 출간 예정인 '워커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 [EPA=연합뉴스]

『격노』에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생생한 묘사도 담겨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목격한 카메라 세례가 그가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수준의 것이었다"고 묘사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본 것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에서 김 위원장을 '영리함을 넘어선 인물(far beyond smart)'이란 것을 알아차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김 위원장과 '완전한 비핵화' 등 4개 조항 담긴 공동합의문 서명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종료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함으로써 우리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다"며 "또 그것은 도발적(provocative)"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우드워드는 북한이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해온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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