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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붙은게 중요했던 꽃게랑, 지코가 걸치자 패션이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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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랑 오리지널. 사진 빙그레

꽃게랑 오리지널. 사진 빙그레

 국내 최초로 꽃게를 소재로 한 스낵 ‘꽃게랑’. 제품 모양도 꽃게를 재현해 먹는 재미도 더했다. 다리나 집게가 부러지지 않은 ‘온전한’ 모양의 꽃게를 집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묘한 만족감을 가져다주는 매력을 자랑한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56. 꽃게랑

해산물 스낵붐 타고 온 꽃게랑…관건은 모양 유지

1986년 출시된 꽃게랑. 사진 빙그레

1986년 출시된 꽃게랑. 사진 빙그레

80년대는 해산물 스낵의 시대였다. 80년대 초만 해도 해산물을 소재로 한 스낵은 새우깡(1971년)이 거의 유일했지만, 자갈치(83년)와 고래밥(84년), 오징어집(85년)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빙그레도 1986년 꽃게랑을 내놓으면서 해산물 스낵 붐에 일조했다.

빙그레가 꽃게랑을 개발할 때 가장 공들인 것은 ‘모양 유지’였다. 꽃게 모양을 본떠 만든 꽃게랑은 꽃게의 다리나 눈, 배 부분이 쉽게 부서져 잘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부서지지 않게 만들면 식감이 너무 딱딱하다. 바삭한 식감을 내면서도 견고한, 최적의 원료 배합비를 찾는 데 주력했다.

라면 따라 퇴출위기…위탁판매로 극복 

꽃게랑은 출시 이후 꾸준한 인기를 얻었지만, 한때 퇴출 위기에 놓였다. 빙그레가 2003년 라면 사업에서 철수하면서다. 당시 빙그레는 라면과 스낵 제품을 ‘상온 제품 카테고리’로 분류해 영업ㆍ유통을 함께 하고 있었는데 라면 사업을 정리하면서 스낵 사업도 흔들렸다. 상온 제품 영업조직이 재편되면서 꽃게랑을 비롯해 베이컨칩, 쟈키쟈키 등 꾸준한 매출을 올리던 스낵 제품도 판로를 잃었다.

꽃게랑 등 빙그레의 스낵이 살아남은 건 위탁판매 결정 덕분이었다. 빙그레는 삼양식품에 스낵 제품의 판매 및 유통을 맡겼고, 현재는 크라운해태제과가 빙그레 스낵을 판매 대행한다. 꽃게랑의 지난해 연 매출은 60억원으로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러시아 경제 제재 ‘위기’도 위탁생산으로 회복  

러시아에서 판촉 행사 중인 꽃게랑. 사진 빙그레

러시아에서 판촉 행사 중인 꽃게랑. 사진 빙그레

일찌감치 해외에도 진출했다. 1991년 러시아(당시 소련) 선원들이 선박 수리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했다가 우연히 꽃게랑을 맛보게 됐다. 이들이 들고 귀국한 꽃게랑은 현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빙그레는 92년 러시아에 본격적으로 꽃게랑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꽃게랑 열풍의 시작은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연해주 지역이었지만, 내륙인 시베리아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인기는 더욱 거세졌다. 시베리아에서 해산물은 고급 음식이다. 또 스낵은 내륙지역의 주산물인 감자로 만든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이 시장에서 꽃게랑은 완벽하게 차별화된 제품이었다.

러시아 마트 진열대에 있는 꽃게랑. 사진 빙그레

러시아 마트 진열대에 있는 꽃게랑. 사진 빙그레

하지만 러시아 수출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2014년 서방국가들이 러시아 경제 제재에 나서면서다. 루블화 가치는 절반 이하로 폭락했고, 러시아가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도 두 배 이상으로 뛰면서 러시아에 수출 기업이 어려움을 겪었다. 꽃게랑도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빙그레는 지난해 9월부터 러시아 현지업체에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위탁생산을 시작했다. 덕분에 현재는 경제제재 이전 판매 물량의 80%까지 회복했다.

지코가 걸친 '꼬뜨게랑'…패션브랜드로 변신  

빙그레가 꽃게랑 모양을 로고화해 지난 6월 론칭한 패션브랜드 ‘꼬뜨게랑’(Cotes Guerang)‘ 모델 지코. 사진 빙그레

빙그레가 꽃게랑 모양을 로고화해 지난 6월 론칭한 패션브랜드 ‘꼬뜨게랑’(Cotes Guerang)‘ 모델 지코. 사진 빙그레

내년 출시 35주년을 맞는 꽃게랑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빙그레가 지난 6월 패션브랜드 ‘꼬뜨게랑’(Cotes Guerang)’을 론칭하면서다. 꽃게랑 모양을 로고화 해 명품 패션브랜드를 패러디했다. 인기 힙합 가수 지코를 모델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MZ세대의 열광 속에 G마켓에서 한정 판매한 티셔츠, 로브(가운), 선글라스, 미니백 등 패션 아이템은 거의 완판됐다.

스낵과 패션을 합친 파격 마케팅에 힘입어 지난 7~8월 꽃게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성장했다. 단기 마케팅이었는데도 매출 상승효과는 현재까지 이어져 올해 꽃게랑 연 매출은 지난해 실적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물론 여전히 스낵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빙그레는 꽃게랑이 맥주 안주로 인기가 좋다는 점에 착안, 2015년 꽃게랑 불짬뽕맛을 시작으로 안주용 꽃게랑 신제품을 꾸준히 내고 있다. 꽃게랑 고추냉이맛과 국내산 광천 김을 사용한 꽃게랑 김맛 등이 이 중 일부다. 빙그레 관계자는 “앞으로도 기발한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꽃게랑의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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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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