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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핥기' 유행 만든 크라운 산도…개명했다 돌아온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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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샌드형 비스킷인 크라운 산도. 1956년 출시돼 현재까지 175억개가 판매됐다. 사진 크라운제과

국내 최초의 샌드형 비스킷인 크라운 산도. 1956년 출시돼 현재까지 175억개가 판매됐다. 사진 크라운제과

 1956년 '크라운 소프트 산도'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크라운 산도'는 국내 최초의 샌드형 비스킷이다. 올해로 출시 64년을 맞은 산도는 크라운제과 창업주인 고(故) 윤태현 회장이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다. 6.25 전쟁 직후 제대로 된 제과 생산 설비가 없는 상황에서 터널식 오븐과 비스킷 사이에 크림을 채우는 자동 샌딩 기계를 개발해 산도의 생산이 시작됐다. 과자 표면에 양각으로 상표와 마크를 새기는 방식이 적용된 것도 산도가 처음이었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 53. 크라운 산도

당시엔 귀했던 최고급 밀가루와 우유, 버터와 같은 고급 재료를 원료로 사용한 산도는 출시와 동시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과자 판매상이 공장 앞에서 밤을 새우며 제품 출고를 기다렸다가 포장과 동시에 물건을 받아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산도는 두 개의 비스킷을 좌우로 돌려 떼어낸 다음, 크림을 혀로 핥아 먹는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주한 미군도 본토 보급품에 포함된 비스킷보다 크라운 산도를 더 선호했다고 한다.

1956년 출시 당시 산도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1956년 출시 당시 산도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크라운제과 도약 이끈 주역

크라운제과는 61년 서울 원효로에 산도 전용 공장을 지었다. 하지만 밀려 들어오는 주문을 맞추기 어려웠다. 24시간 공장을 가동해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꾸준히 생산량을 늘린 크라운제과는 67년 9월 18일 하루 산도 1000짝 (나무로 만든 사과 상자) 생산에 성공했다.

이 날은 크라운제과의 창립 기념일이 됐다. 산도의 성공을 발판으로 크라운제과는 67년 목동 공장을 건설하고, 76년엔 주식회사 크라운제과로 법인 전환을 했다.

산도는 82년 크라운제과 총 매출 585억원 가운데 210억(30%)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 제품이 됐다. 산도는 지난 2004년 100억개 판매를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175억개에 달한다. 누적 매출은 1조 2000억원이며 현재까지도 매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1970년대 크라운 산도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1970년대 크라운 산도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일본식 발음 고치자”…개명 시도도

산도는 출시 이후 사각형 모양을 유지하다 81년 4월 현재의 원형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개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샌드(sand)의 일본식 발음이 산도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치자는 취지로 93년 정확한 발음인 샌드로 이름을 바꿨지만 친숙한 브랜드인 산도를 되돌려 달라는 소비자와 수퍼마켓 점주의 요청이 이어졌다. 이후 96년 다시 ‘크라운 산도’란 브랜드로 돌아와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크라운 산도는 99년 크라운제과를 모델로 한 드라마 ‘국희’가 방영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최고 인기 배우 김혜수 씨가 주연한 이 드라마는 50년대를 배경으로 산도 개발 스토리를 다뤘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산도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매출이 늘기도 했다. 드라마에 나왔던 땅콩 샌드는 실제 ‘국희샌드’란 이름으로 출시돼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다.

2015년 출시된 크라운 산도 스윗 밀크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2015년 출시된 크라운 산도 스윗 밀크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마스카포네·크림치즈 더해 젊은 맛 구현

크라운제과는 산도 출시 60년을 맞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맛에 변화를 줬다. 자체 개발한 화이트 크림을 사용해 부드러움을 강조했다. 제품 사이에 들어가는 크림이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도 굳지 않고 부드러움을 유지하는 기술도 샌드형 비스킷 중 처음 적용했다.

마스카포네 치즈와 크림 치즈를 더해 스윗 밀크, 딸기 크림치즈, 초콜릿 바닐라로 재탄생하면서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달콤상큼한 맛을 구현하기도 했다.

크라운이 출시한 산도 복고 마케팅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크라운이 출시한 산도 복고 마케팅 제품. 사진 크라운제과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산도는 50년대 생산된 비스킷 브랜드 가운데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유일한 제품”이라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과 품질을 지키면서 소비자의 믿음에 부응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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