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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서 ‘불멍’ 안하기, 한 끼는 간편식…이런 차박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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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최승표의 여행의 기술

비대면 여행이 화두인 시대, 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캠핑을 즐기는 ‘차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에 트렁크를 열면 기막힌 장관이 펼쳐지는 게 차박의 묘미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여행이 화두인 시대, 자동차에서 잠을 자며 캠핑을 즐기는 ‘차박’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침에 트렁크를 열면 기막힌 장관이 펼쳐지는 게 차박의 묘미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차박(자동차+숙박) 캠핑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코로나19가 사그라지지 않는 한 ‘비대면 여행’의 대안으로 차박은 더 주목받을 터이다. 그러나 논란도 많다. ‘차만 세우면 어디나 캠핑장’이라는 말은 근사해 보이지만, 자칫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 이왕 시작하는 차박,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차박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정리했다.

도떼기시장 된 차박 성지

‘차박’이니 차가 제일 중요하다. 요즘은 공간이 넉넉한 승합차·SUV뿐 아니라 세단 승용차에서도 차박을 한다. 차 내부를 튜닝하거나 침상처럼 목재를 뒷좌석에 깔기도 한다. 2월 28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승용차도 캠핑카로 개조할 수 있게 됐다.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건 ‘평탄화 작업’이다. 바닥이 삐딱하면 숙면하기 힘들다.

차박의 핵심은 ‘평탄화 작업’이다. 좌석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숙면할 수 있다. [중앙포토]

차박의 핵심은 ‘평탄화 작업’이다. 좌석을 평평하게 만들어야 숙면할 수 있다. [중앙포토]

차박은 차에서 잠자는 일 이상의 야외 활동이다. 차 밖 공간도 잘 꾸려야 한다. 자동차와 연결할 수 있는 그늘막, 편한 의자와 테이블, 취사도구가 필수품이다. 날씨가 쌀쌀해졌으니 난방도 신경 써야 한다. 회원이 17만 명인 네이버 카페 ‘차박캠핑클럽’의 운영자 ‘둥이아빠’는 “추울 땐 전기를 생산하는 파워뱅크와 무시동 히터가 요긴하다”며 “입문자라면 집에서 쓰는 취사도구와 이불에서 시작해도 된다”고 말했다.

차박족은 캠핑장이나 휴양림을 가지 않는다. 이용료가 비싸거니와 야영 사이트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답답하다. 대신 경치가 좋으면서 화장실을 갖춘 공원이나 해변, 강 둔치를 선호한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지면 무료 차박지 리스트가 줄줄이 뜬다. 출발 전 정확히 확인하는 게 안전하다.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 강릉 안반데기는 야영·취사를 금지한다. 충주 수주팔봉처럼 코로나 확산 탓에 자동차 진입을 막은 곳도 많다. 알아두시라. 익히 알려진 ‘차박 성지’는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한다. SNS에서 차박지 공개를 자중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다.

‘불멍’ 꼭 해야 하나

해수욕장은 지정 장소가 아니면 야영·취사 모두 불법인데도 아랑곳 않는 사람이 많다. 최승표 기자

해수욕장은 지정 장소가 아니면 야영·취사 모두 불법인데도 아랑곳 않는 사람이 많다. 최승표 기자

국립공원, 도립공원, 해수욕장, 상수도 보호구역 등 인기 차박지 상당수는 사실 취사와 야영이 불법이다. 차박은 애매한 구석이 있다. 차 안에서 자면 야영이 아니고, 불을 피워 음식을 조리하지 않으면 취사가 아니다. 다시 말해 국립공원 주차장에 세운 차 안에서 도시락 먹고 잠을 자면 불법이 아니다. 물론 민폐이긴 하다. 해수욕장 가까이 차를 세워놓고 모닥불을 피우거나 텐트를 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과태료 10만원에 해당하는 불법 행위다. 관광객 발길이 끊기는 걸 우려해 지자체가 강하게 단속하지 않을 뿐이다.

모닥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이야말로 캠핑의 맛이라지만, 안전사고의 주요 근원도 불이다. 불에 대한 집착을 버리면 훨씬 자유로워진다. 차박 매니어인 여행작가 이종원씨는 “한 끼 정도는 지역 식당을 이용하거나 식당 음식을 포장해 와서 먹으면 짐도 간소해지고 화재 위험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물만 부으면 데워지는 ‘자체 발열 도시락’도 있으니 참고하시라.

요즘 코로나19와 쓰레기 문제 때문에 지역 주민이 차박족을 꺼리는 분위기다. 차박으로 비대면 여행이 가능하다 해도 마스크 착용 같은 코로나 방역도 소홀히 하면 안 될 터이다. 쓰레기는 되가져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여의치 않다면 현지에서 분리수거라도 잘하자. 요새는 블루투스 스피커로 쩌렁쩌렁 음악을 감상하는 사람이 골치다. 본인은 분위기를 만끽할지 몰라도 주변에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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