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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물난리에 죽은 소 500마리…"200만원도 못받고 죽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일 소 위령제 치른 전남 구례 농민들 한숨

“그 물난리에 죽은 소들이 500마리가 넘는데 비실대던 200마리가 죽어 나가니 속이 오죽하겠소.”
 10일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서 터져 나온 축산농가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물난리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소들만 700마리” #폐에 물차고 상태 안 좋은 소들 헐값에 도축해 #

 이날 위령제는 “소들이 사람 대신 차가운 물에서 죽어 나갔다”며 구례 양정마을 주민들과 구례군민들로 구성된 대책본부가 “소들의 넋을 기리겠다”며 마련했다. 이날 양정마을 주민들을 대표해 위령제에 나선 전용주 이장은 “소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수해로 우리 마을은 풍비박산 났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들이 소 위령제에서 죽은 소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 주민들이 소 위령제에서 죽은 소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8일 집중호우…마을 통째로 잠겨 

 구례 양정마을은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541㎜의 폭우가 쏟아진 뒤 섬진강 지류인 서시천 제방이 무너지자 통째로 침수됐다. 구례군민들과 마을 주민들은 “수자원공사가 폭우가 예고된 상황에서도 물을 방류하지 않다가 비가 쏟아지자 수천t의 물을 내보내 ‘인재’를 만들었다”고 호소한다.

 이날 위령제에는 죽은 지 며칠 되지 않은 송아지 한 마리가 놓였다. 이 송아지 주인은 “한 달 전 수해가 일어났을 때쯤 태어났는데 물난리 통에 체력을 잃었고 어미도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죽어 젖도 제대로 물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수해로부터 한 달이 지나가지만, 소들이 계속 죽어 나가고 있다.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서 씻김굿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오전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서 씻김굿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폭우로 살아남은 소들도 폐사 위기

 양정마을은 집중호우 때 물이 지붕 처마 끝까지 차올랐었다. 소들이 불어난 물 때문에 축사 지붕 위로 내몰려 구조작전도 벌어졌었다. 정영이 대책본부 공동대표는 “물난리 때 간신히 살아났다고 해도 폐에 물이 차는 등 상태가 좋지 못한 소들이 상당수”라며 “어미가 죽었거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젖을 못 먹는 송아지들은 우유나 분유를 개어서 먹이는 상황”이라고 했다.

양정마을 주민들과 대책본부는 “물난리로 죽은 소가 500마리가 넘고 찾지 못한 소들만 70마리, 수해에 살아남았어도 어쩔 수 없이 도축한 소가 200마리”라고 했다. 지난 9일 기준 600㎏급 한우 1마리 가격은 734만원, 지난 6월에는 800만원을 웃돌았었다.

10일 오전 구례군민 등이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0일 오전 구례군민 등이 전남 구례군 양정마을에서 열린 소 위령제에서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의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800만원이던 한우가 200만원도 안 돼” 

하지만 양정마을과 구례군 축산농가들은 200만원도 못 되는 돈을 받고 소를 도축하고 있다. 양 대표는 “소들이 수해를 입지 않고 1등급 한우로 길러졌다면 700만~800만원을 받았겠지만, 지금은 상태가 좋지 않아 가장 질이 안 좋은 등급 외 판정을 받는다”며 “죽어 나갈 것이 뻔하기 때문에 몇백만원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도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례군민과 양정마을 주민들은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등을 향해 사죄와 보상을 촉구했다. 섬진강 수해극복 구례군민 대책본부는 “수마가 휩쓸고 간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삶의 터전을 잃고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라며 “이번 수해는 예견된 인재였고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피해주민들에게 사죄하고 100% 피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례=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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