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32만 명 감소, 고용 절박한 계층 생계가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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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수가 6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수는 2708만5000명으로 전년보다 27만 명 넘게 줄었다. 9일 성동구청 일자리 게시판 앞에서 시민들이 게시물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고용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취업자 수가 27만 명 넘게 감소했다. 반년째 일자리가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1~8월 이후 최장 기간 감소다. 특히 우리 사회 약한 고리인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가파르게 사라지고 있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구직 등 경제활동을 멈춘 이들도 급증했다. 코로나19 재확산까지 이어지며 1차 확산 때보다 더 큰 충격이 현실로 닥쳐오고 있다.

취업 27만명 급감, 6개월째 줄어 #“그냥 쉰다” 246만…구직 포기 늘어 #거리두기 2.5단계 반영 땐 더 악화 #전문가 “민간 고용 확충 힘써야”

통계청이 9일 내놓은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0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7만4000명 줄었다. 정동명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8월 취업자 감소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크다”며 “최장 기간 장마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임시·일용직의 타격이 컸다. 임시근로자는 31만8000명 감소했다. 일용직도 7만8000명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7만2000명 줄어든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6만6000명 늘었다. 더는 버틸 수 없어 직원들을 내보내는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얘기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 숙박음식업(-34만5000명) 등의 일자리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전체 서비스업 일자리는 21만5000개 줄었다. 6개월째 감소했다.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제조업 일자리도 지난달 5만 개 감소했다. 역시 3월 이후 6개월 내내 줄었다.

연령별로는 재정을 쏟아부어 만든 복지성 일자리가 늘어난 60세 이상(38만4000명)을 뺀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줄었다. 노인 일자리만 넘쳐나는 기묘한 고용시장이 고착화하는 형국이다.

다른 고용지표도 ‘역대급’ 기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9%다. 전년 동월 대비 1.1%포인트 내려갔다. 8월 기준으로 2013년(64.8%) 이후 가장 낮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1%포인트 줄어든 42.9%다. 2017년 8월(42.7%) 이후 최저다.

지난달 실업자는 1년 전보다 6000명 늘어난 86만4000명이다. 실업률은 3.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잠재 구직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훨씬 나빠졌다. 전년 대비 2.3%포인트 오른 13.3%다. 2015년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 역대 최고다. 15~29세 청년층의 경우도 실업률은 7.7%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지만 체감실업률은 3.1%포인트 급등한 24.9%에 이른다.

아예 경제활동을 접은 이들도 폭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별다른 이유 없이 쉬었다’(쉬었음)고 답한 인구는 246만2000명이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후 가장 많다. 20대에서 가장 많이 늘었다(8만7000명). 채용 연기 등으로 청년층의 구직 기회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지난달 고용동향 수치에는 이런 피해가 반영되지 않았다. 재확산 여파가 반영되는 9월 지표는 더 악화할 거라는 얘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9월 고용동향에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이 반영될 것”이라며 “자영업자, 임시·일용직, 청년층 등의 어려운 고용 여건이 지속되는 가운데 발생한 추가 충격의 여파를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그간 버텨온 대기업 일부에서도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우선 항공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직원 60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전의 희망퇴직 규모 등을 더하면 이스타항공 직원 수는 1700명에서 5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더 줄어들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서비스를 잘하는 산업이 살아남는 방식으로 구조가 바뀌며 산업별 일자리 창출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노년층과 복지 분야 일자리 늘리기로는 심화할 고용대란에 대응할 수 없고 재정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며 “민간의 고용 창출 역량을 높이기 위한 세제 혜택 등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하남현·임성빈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