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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 책 매진된 장기하 "만만하고 잘 아는 것만 쓴다"

중앙일보

입력

9일 화상 기자간담회에 나온 가수 장기하. 첫 산문집을 냈다. [사진 문학동네]

9일 화상 기자간담회에 나온 가수 장기하. 첫 산문집을 냈다. [사진 문학동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가수 장기하가 자신의 음악과 닮은 산문집을 냈다. 9일 발간한 책 『상관없는 거 아닌가?』(문학동네)는 지난달 31일 예약 판매를 시작해 초판 8000부가 매진됐다.

장기하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로 2008년 데뷔했고 활동 10년 후 팀을 해체했다. 9일 기자간담회에서 장기하는 “2018년부터 쉬고 놀았는데 말만으로는 자세히 표현되지 않는 생각을 글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년동안 일주일에 한 꼭지씩 쓰자는 결심으로 글쓰기에만 집중했고 목표는 절반쯤 성공했다고 한다.

장기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허를 찌르는 가사를 써온 음악인이다. “싸구려 커피를 마신다 미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온다”로 시작하는 ‘싸구려 커피’(2008년)로 출발, “그냥 길이 그냥 거기 있으니까 가는거야”라 노래한 ‘그건 니 생각이고’(2018년)까지 무신경한 듯 위트있는 음악을 내놨다. 그래도 집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 짧은 여행기를 쓴 것 말고는 책을 위해 글을 쓴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엔 세 줄 쓰고 다음 날까지 그 다음을 못 썼다.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게 어려웠다.”

책에는 새 냉장고를 주문한 후 삶에 대해 하게 된 생각부터 라면 끓이는 이야기, 뮤지션이 되기까지의 일이 예의 담담한 어투로 들어있다. 장기하식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다. 이처럼 쉬운 소재로 일상 속의 생각을 담는 방식에 대해 장기하는 “그게 제일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전히 내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것 외에는 감히 뭐라 할 수가 없다. 만만하고 잘 아는 걸로 하다보니 그렇다.”

결국 그는 노래의 가사를 만드는 것과 글 쓰는 일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책을 쓰는 처음에는 굉장히 막막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쓰면 쓸수록 그렇게까지 다르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머리 속에 떠다니는 생각을 남들이 이해할 형태로 다듬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끼게 됐다.”
가수 장기하와 작가 장기하의 정체성도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심지어 처음 음악을 할 때도 생활인 장기하와 음악인 장기하가 되도록이면 다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작이라는 면에서 작가와 음악인이 크게 다르진 않다.” 첫 책을 내면서 영역을 넓힌 건 사실이지만 작가로서의 자아를 별도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 자아를 늘리는 게 귀찮고 품이 들지 않나.”

장기하는 지난 일년 동안 음악을 만들지 않고 외부 활동도 중단한 채 책만 썼다. “긴장하고 계획하고 의도할 때가 많은데 그걸 극복해 나가는 게 내 삶이었고, 화두는 자연스러움이었다”는 말처럼 책에 대한 기대도 소박하다. “그냥 심심할 때 읽어주시면 그만이다. 그러다 독자들의 인생과 맞닿는 면이 있으면 기억해 주시겠지.” 이제 책을 냈으니 솔로 1집을 준비하겠다는 장기하는 다음 책에 대한 여지도 남겼다. “한 권을 쓰고 나니까 또 쓸 것 같다. 연달아 쓰진 않겠지만 삶에서 하고 싶은 일 목록에 글이 추가되지 않았나 싶다.”

장기하 『상관없는 거 아닌가?』속 문장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에 대해 써보려 한다. 나를 괴롭혀온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해서 간단히 극복하거나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 같은 것은 나는 모른다.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_「프롤로그」에서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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