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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에 교향곡 악보 들고갔던 김선욱, "지휘자 꿈 이룬다"

중앙일보

입력

12월 지휘자로 데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Marco Borggreve]

12월 지휘자로 데뷔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Marco Borggreve]

 피아니스트 김선욱(32)이 12월 지휘자로 데뷔한다. 12월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 교향악단과 브람스 교향곡 2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올 3월에 이어 이달 예정됐던 독주회를 코로나19로 연기했던 김선욱은 9일 배포한 자료에서 “30대 초반을 넘기며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하고 싶어졌다”며 지휘 데뷔 소식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12월 지휘 데뷔

김선욱은 2006년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엔 영국으로 옮겨가 활동하며 영국 왕립 음악원의 지휘 석사 과정을 2013년 마쳤다. 하지만 지휘자로 정식 데뷔 무대는 없었다. 2015년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공연 후 앙코르 곡을 지휘한 게 전부다. 당시 차이콥스키 발레모음곡 ‘호두까기 인형’ 중 파드되를 지휘했던 김선욱은 “그에 앞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을 피아노로 연주해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지만 너무 행복했다.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라고 기억했다. 원래는 본머스 심포니와 올 4월 지휘 데뷔 공연을 하려 했으나 코로나19에 내년으로 연기됐다. 결과적으로 올 12월 한국 무대가 김선욱의 첫 지휘 공연이 된다.

지휘를 공부하고 이처럼 오랫동안 무대에 서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김선욱은 “런던에서 지휘를 공부한 3년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고 했다. “오케스트라 레퍼토리를 익히고 피아노 연습까지 하려니 과부하가 온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졸업 후 가장 기뻤던 것이 피아노 연습을 아무 때나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그 뒤로는 피아노에 매진했다.”

지휘는 김선욱의 오랜 꿈이었다. 피아니스트로 각광을 받기 시작할 때부터 지휘에 대한 동경을 숨기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혼자 피아노로 바꿔 연주해보곤 했다. 그는 “정명훈 선생님께도 말러 교향곡 2번 악보를 들고 가 사인을 받았는데 ‘네가 이 곡을 지휘할 날을 기대한다’고 써주셨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피아노를 잘 연주한다고 해서 지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피아노는 혼자 연습하고 연주하지만 오케스트라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는 혼자서 아무 음도 낼 수 없다.” 김선욱은 피아노를 ‘작은 우주’, 오케스트라를 ‘큰 우주’에 비유했다. 그는 “설레고 두려우며 기대된다”며 “겸손한 자세로 준비하려 한다”고 했다. 지휘 데뷔 무대에서는 브람스 2번 교향곡에 앞서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을 연주하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서 지휘와 협연을 병행한다.

12월 김선욱은 지휘 뿐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듀오 연주로도 무대에 선다. 12월 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3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또 같은 달엔 베토벤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세 곡으로 공연을 한다. 날짜는 미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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